생성형 인공지능(AI)이 연애까지 돕는 시대다. 데이팅앱 프로필을 다듬고 첫인사와 답장을 대신 작성하는 것은 물론, 상대의 관심을 끌 러브레터까지 대필한다. 그런데 AI가 대신 쓴 사랑의 메시지는 과연 진심으로 받아들여질까.
독일 컨스트럭터대학교 레나르트 안테 교수 연구팀은 생성형 AI가 온라인 연애에서 진정성과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텔레매틱스 앤드 인포매틱스(Telematics and Informatics) 7월 호에 발표했다.
온라인 데이팅은 이제 미국에서 가장 흔한 만남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수억 명이 데이팅앱을 이용한다. 연구팀이 인용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싱글의 4명 중 1명 이상이 연애를 위해 AI를 활용했다. 데이팅앱 이용자의 상당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AI가 작성한 메시지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여겼다.
AI가 만든 메시지들은 과연 연애에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다다른 연구팀은 미국과 영국, 캐나다, 유럽 등 영어권 데이팅앱 이용자 45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여기서 23명은 챗(Chat)GPT)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이용해 프로필이나 메시지를 작성했다. 22명은 상대방이 AI를 사용했다고 의심하거나 확인한 적이 있다.
연구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진정성의 역설이다.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속이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한 도구라고 인식했다. 사회적 불안이나 표현력 부족, 외국어 사용의 어려움을 AI가 보완해주는 만큼 오히려 진심에 가까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보완적 진정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AI가 진정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내면과 표현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AI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연구 참가자들은 상대가 보낸 메시지를 AI가 작성했다는 사실에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일부는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자신이 바보가 된 기분이라고 화를 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도 데이팅 앱의 특징으로 꼽혔다. AI가 다듬은 대화에서 매력을 느꼈는데, 실제 만남에서 전혀 설레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AI의 도움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온라인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면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여러 사례를 종합한 연구팀은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든 사랑의 언어들이 연애에 관한 진정성과 신뢰를 새로 정의했다고 분석했다. 레나르트 안테 교수는 “언어 장벽을 극복하거나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AI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대신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메시지임을 알릴 투명성과 새로운 디지털 윤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가 사랑에 빠진 대상이 상대방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이 다듬어준 표현들인지 질문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며 “이 의문의 해답은 온라인 연애뿐 아니라 AI 시대 인간관계 전반의 신뢰와 책임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