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지구에 내려와 한동안 머문다면 과연 무엇을 먹고 살아갈까. 그리고 하루에 필요한 열량은 얼마나 될까. 스페인의 한 식품학자는 생물의 체중과 체온조절 방식 등을 바탕으로 가상의 외계인이 필요로 할 식사량을 추산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 발렌시아대학교 식품영양학과 호세 미겔 소리아노 델 카스티요 교수는 최근 과학 전문지 컨버세이션에 낸 기고에서 외계 생명체의 식생활을 상상한 견해를 소개했다.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한 소리아노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한 영양학, 생물학을 연구 중이다.

이번 글은 외계인의 존재나 식습관을 확인한 연구 결과는 아니다. 지구 생물의 대사 법칙을 가상의 생명체에 적용해, 외계인이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추론한 과학적 사고실험이다.

스페인 식품영양학자가 지구에 온 외계인의 식사에 대한 기고를 내 주목을 받았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생물이 가만히 있어도 호흡과 체온 유지, 혈액순환, 조직 회복 등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기초대사량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클수록 필요한 에너지의 총량은 늘지만, 체중 1㎏당 소비량은 오히려 줄어든다.

소리아노 교수는 외계 생명체가 포유류나 조류처럼 스스로 체온을 유지하는 온혈동물이라고 가정했다. 이 경우 체중 약 30㎏인 생명체는 안정 상태에서 하루 약 900㎉, 70㎏이면 약 1700㎉, 150㎏이면 3000㎉ 이상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레이, 즉 로스웰 사건 이후 미국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전형적 외계인의 체중이 25~40㎏이라면 하루 기초대사량은 약 800~1100㎉로 추정된다. 다만 몸에 비해 뇌가 유난히 크다면 신경계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다.

미국 로스웰 사건 이후 대중매체에 소개되며 외계인의 전형으로 굳어진 그레이 형(왼쪽) 개체와 지구인의 체형 비교도. 외계인이 지구에 왔다는 공식 증거가 없으므로 어디까지나 상상에 기반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몸무게 80~100㎏의 인간형 외계인은 사람과 비슷한 생리 구조를 가졌다는 전제에서 안정 시 약 1900~2300㎉, 활발히 움직일 경우 2500~4000㎉가 필요할 수 있다고 교수는 봤다.

1980년대 한국에도 소개된 미국 드라마 ‘브이(V)’ 속 파충류형 외계인이라면 체온 조절 방식에 따라 식사량이 크게 달라진다. 변온동물일 경우 같은 체중의 포유류보다 적은 에너지로 버틸 수 있지만, 스스로 체온을 만들고 근육질 몸으로 활발하게 움직인다면 하루 수천 킬로칼로리를 소비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필요한 칼로리보다 지구 음식과 외계 생명체가 서로 맞느냐다. 외계인이 탄소와 물을 기반으로 한 생명체라고 해도 지구 생물과 같은 아미노산이나 당, 소화효소를 사용한다는 보장은 없다. 인간에게 영양분인 쇠고기와 쌀이 외계인에게는 소화할 수 없는 물질이거나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1980년대 한국에도 소개돼 인기를 끈 미국 드라마 브이(V). 메인 캐릭터 다이아나를 비롯한 외계인들은 파충류형으로 묘사됐다. <사진=워너 브라더스>

지구의 세균과 바이러스 역시 외계 생명체에 치명적일 수도,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병원체가 감염하려면 특정한 세포 구조와 결합해야 하는데 외계 생물의 생화학 체계가 지구 생물과 전혀 다르다면 감염 자체가 불가능하다.

소리아노 교수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온다면 완성된 음식보다 물과 질소, 인, 철, 염분, 지방이나 단순한 유기분자 같은 원료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현재까지 외계 지적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역시  미확인항공현상(UAP, UFO와 같은 개념)이 외계 기술임을 뒷받침할 자료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번 견해는 외계 생명체를 상상할 때 겉모습뿐 아니라 에너지와 소화, 체온 조절 같은 생물학적 조건도 따져야 한다는 점을 환기했다. 언젠가 외계 생명체와 진짜 마주한다면, 인류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전문가는 무기를 든 군인이 아니라 무엇을 먹여야 할지 고민하는 영양학자일지도 모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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