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은 대기권에 떨어뜨려 태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위성의 형태만 없어질 뿐, 이를 구성한 금속은 미세한 입자와 화합물로 변해 지구 대기에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돼 왔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 우주시스템연구소 연구팀은 위성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고온 환경을 지상에서 재현해, 위성에 널리 사용되는 알루미늄이 어떤 물질로 변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미국 공학전문지 IEEE 스펙트럼은 이들의 최근 실험 성과를 주기적으로 소개해 왔는데, 그 내용은 꽤 충격적이다.
인공위성과 로켓의 구조체에는 가볍고 강한 알루미늄 합금이 널리 쓰인다. 저궤도에서 떨어지는 위성은 초속 약 8㎞로 대기권에 진입하며, 주변 공기를 강하게 압축해 1600℃가 넘는 열에 노출된다. 이 과정에서 알루미늄은 녹거나 증발해 미세한 금속 입자와 화합물로 바뀐다.
연구에 참여한 파비안 후프가르트 연구원은 “위성이 타더라도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알루미늄 미립자 형태로 대기 중에 남는데, 이 입자들이 대기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과학자도 아직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성이 본격적으로 녹고 부서지는 곳은 지상 약 60~80㎞ 상공”이라며 “항공기나 기구가 올라가기는 너무 높고, 위성이 안정적으로 관측하기에는 너무 낮아 현장에서 시료를 채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연구팀은 플라스마 풍동을 사용했다. 장치 안의 기체를 이온화해 5000~8000℃의 플라스마 흐름을 만들고 위성 재진입 환경을 재현했다. 장치 벽이 녹지 않도록 내부에는 냉각수를 계속 흘렸다. 위성 본체에 자주 사용되는 알루미늄 합금 7075로 만든 100g짜리 원통을 플라스마 흐름에 노출하자, 약 600℃에서 녹기 시작했다. 약 6분30초 뒤에는 큰 액체 방울 형태로 떨어져 나갔다.
연구팀은 산소가 없는 질소·아르곤 환경과 산소가 포함된 공기 환경에서 알루미늄을 각각 녹여 생성물의 차이를 비교 중이다. 알루미늄 합금 분말을 플라스마 속에 뿌려 실제 위성 재진입 때 관측된 알루미늄 원자와 일산화알루미늄의 빛을 재현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파비안 후프가르트 연구원은 “특히 우려되는 물질은 산화알루미늄이다. 알루미나로도 불리는 산화알루미늄 입자는 표면에서 염소를 활성화하는 화학반응을 촉진해 성층권 오존 감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산화알루미늄은 태양광을 반사해 상층 대기의 열 균형을 바꿀 수 있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2024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이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발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무게 250㎏의 위성 한 대가 재진입할 때 약 30㎏의 산화알루미늄 입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2022년 재진입한 전체 위성에서 약 17t의 산화알루미늄이 생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대규모 위성군이 본격적으로 운용되고 폐기되는 미래에는 연간 발생량이 360t을 넘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세한 입자들은 중간권에서 오존층이 있는 성층권까지 내려오는 데 최대 30년이 걸릴 수 있다.
학계는 이번 실험이 위성 재진입으로 발생하는 알루미늄 입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우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선택한 대기권 소각이 또 다른 형태의 대기 오염을 야기하는지 확인하려면 장기간에 걸친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위성의 알루미늄이 모두 오존층에 영향을 주는 산화알루미늄으로 변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부 계산 모델은 오존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수산화알루미늄이 생성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우주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려면 띄우는 위성 자체가 적어져야 한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작동 중이거나 기능을 멈춘 위성 약 1만8000기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온전한 위성이나 사용이 끝난 로켓 동체가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횟수는 하루 평균 3회 이상이다. 한 해 대기권에서 증발하는 인공 우주 물체는 수백 t에 달한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