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독립하기도 전에 태어난 물고기가 지금도 오대호를 헤엄치고 있을지 모른다. 북미의 대형 담수어 호수철갑상어가 400년 넘게 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민물고기의 놀라운 장수 능력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수생생물 연구팀은 미시간주 천연자원부 등과 진행한 호수철갑상어 연구 결과를 10일 소개했다. 이들의 성과는 지난 4월 28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피시 바이올로지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연구팀은 오대호 일대 5개 호수철갑상어 개체군에서 최장 44년간 축적한 표지·재포획 자료를 분석했다. 잡은 물고기에 표식을 붙여 놓아준 뒤 다시 포획했을 때 얼마나 자랐는지 비교해 평생의 성장 속도를 추정했다.

암컷은 400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호수철갑상어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분석 결과 호수철갑상어의 연간 성장폭은 개체군과 성별에 따라 불과 0.26~1.15㎝였다. 이를 성장모델에 적용하자 몸길이 160㎝ 수컷의 나이는 90~279년, 180㎝ 암컷은 99~427년으로 추정됐다. 1776년 미국 독립선언 당시 이미 태어난 일부 개체가 현재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실제로 427세 호수철갑상어가 발견된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지느러미 가시에 생기는 성장층을 헤아려 나이를 측정했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층을 구분하기 어려워 고령 개체의 나이가 실제보다 적게 계산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장기간 관찰한 성장량으로 수명을 역산한 만큼 427년 역시 모델에 따른 추정치다. 연구팀도 정확한 최대 수명을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수철갑상어 외에도 민물의 장수왕은 더 있다. 북미에 사는 빅마우스 버팔로는 실제 100세 넘는 개체의 나이가 과학적으로 확인된 대표적인 담수어다. 노스다코타주립대학교 연구팀은 2019년 빅마우스버팔로의 이석에 남은 성장층을 분석하고, 1950~1960년대 핵실험으로 대기 중에 급증한 방사성탄소를 일종의 시간표로 활용해 나이를 검증했다.

장수하는 담수어 중 하나인 빅마우스 버팔로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해당 개체의 나이는 무려 112세로 파악됐는데, 당시 학자들이 추산한 이 물고기의 최대 수명 26년보다 네 배 이상 길었다. 일부 개체군에서 조사된 물고기의 85~90%는 80세를 넘었고, 이후 연구에서 빅마우스 버팔로의 최고 수명은 127세까지 올라갔다.

같은 속에 속하는 다른 물고기들도 하나같이 장수종이다. 2023년 애리조나 아파치호에서 조사한 블랙 버팔로와 스몰 마우스 버팔로 개체는 각각 108세와 101세로 확인됐다. 이로써 미국에 사는 버팔로 피시속 3종 모두 100년 이상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세 종 이상이 모두 100년 넘게 사는 것으로 확인된 동물 속은 해양의 볼락류를 제외하면 버팔로 피시가 유일하다.

호주 고유종인 담수어 호주폐어의 수명도 인간과 맞먹는다. 미국 시카고 셰드수족관에서 1933년부터 2017년까지 생존한 유명한 호주폐어 그랜드대드의 DNA를 분석한 연구에서 죽을 당시 나이가 109세±6년으로 추정됐다. DNA 메틸화 정도를 이용한 후성유전학적 시계로 나이를 계산한 학자들은 호주폐어가 상당히 오래 사는 종이라고 강조했다.

그랜드대드라는 별명이 붙은 호주폐어는 2017년 수족관에서 안락사될 때까지 100세 넘게 살았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담수어의 수명이 크게 늘어난 데는 측정법의 발전도 영향을 줬다. 물고기의 비늘이나 지느러미뼈에 생긴 성장층만 세던 방식에서 이석의 단면, 핵실험에서 나온 방사성탄소, DNA 메틸화, 장기간의 표지·재포획 자료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면서 과거에는 놓쳤던 고령 개체가 잇따라 확인됐다. 이번 호수철갑상어 조사 결과는 다른 장수 어류의 나이 측정 방식 역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줬다.

재미있는 사실은 긴 수명이 생존에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장수어는 대부분 천천히 자라고 성적으로 성숙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번식에 성공하지 못하는 기간도 길다. 빅마우스 버팔로가 대부분 80세 이상인 것은 수십 년 동안 어린 물고기가 제대로 보충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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