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을 일삼으면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가 최근 계속됐다.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며 배터리에 큰 전류를 요구하는 운전은 부드러운 주행보다 장기적인 배터리 용량 감소가 2배 이상일 가능성에 시선이 모였다.

중국 상하이전기학원 하오 청 박사 연구팀은 광저우에서 운행된 동일 차종 전기차 15대의 실제 주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이달 1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해당 차량들의 2022년 한해 주행 데이터가 사용됐다. 차량 속도와 배터리 전류, 충전 상태(SOC), 전압과 온도 등이 10초 간격으로 기록됐고, 도심 정체 구간부터 교외 도로와 고속도로 주행까지 다양한 환경이 포함됐다.

내연기관보다 연료비가 적게 드는 전기차라도 난폭하게 몰면 배터리가 일찍 열화한다는 연구가 잇따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주행 자료를 60초 단위로 나눈 뒤 머신러닝을 이용해 배터리 부하가 작은 순서대로 운전 스타일을 5단계로 구분했다. 가장 부드러운 레벨 1은 에코 운전에 해당하고, 레벨 5로 갈수록 가속이 거칠고 배터리에서 끌어오는 전류도 커졌다.

차이는 예상보다 컸다. 연구팀이 각 운전 유형의 부하를 배터리 열화 모델에 적용한 결과 1000회의 충·방전 뒤 예상되는 용량 감소율은 레벨 1에서 약 21.15%였다. 레벨 2~4는 점차 높아져 26%대로 올라갔고, 가장 거친 레벨 5에서는 53.22%까지 치솟았다. 같은 조건을 가정하면 가장 가혹한 운전 패턴에서 배터리 용량 감소가 에코 운전의 약 2.5배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눈여겨볼 점은 단순히 빨리 달린 차량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레벨 5의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약 15.5㎞로 레벨 1과 큰 차이가 없었다. 차를 난폭하게 다루다 보니 평균 속도는 느려도 배터리에서 흐른 전류의 크기는 약 3.2배였다.

운전이 공격적일수록 전기차 배터리의 방전 전류(RMS)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그래프. 가장 난폭한 레벨 5에서는 방전 전류가 크게 치솟았다. <사진=상하이전기학원>

연구팀은 정체 구간에서 급출발 및 급제동을 반복하는 경우를 배터리 열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모터가 순간적으로 큰 출력을 요구하면 배터리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기차를 거칠게 몰수록 배터리가 빨리 노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IEEE Transactions on Transportation Electrification에 게재된 연구는 거친 전기차 주행이 배터리에 더 높은 출력과 방전율을 요구하고 장기적인 용량 감소를 앞당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주행 실험에서도 이런 경향은 확인됐다. 중국 화난공과대학교와 미국 웨인주립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올해 4월 SAE International에 발표한 결과가 대표적이다. 운전자 행동과 전기차 배터리의 상태를 비교한 결과, 같은 도시 주행 조건에서도 과격한 운전 스타일의 차량이 일반적인 운전 차량보다 주행거리 2만㎞당 배터리 성능 저하 속도가 약 81%나 빨랐다.

난폭운전 수준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노화 속도를 보여주는 그래프. 레벨 1~4에서는 완만하게 증가하지만, 레벨 5에서는 급격하게 올라갔다. <사진=상하이전기학원>

상하이전기학원의 연구는 한발 더 나아갔다. 실제 운행 데이터를 단순 비교하는 대신 배터리의 물리적 열화 모델과 머신러닝, 인과추론을 결합해 운전 스타일 자체가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분리해 추정했다.

물론 난폭운전을 하면 모든 전기차의 배터리가 정확히 2.5배 빨리 망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번 분석 대상은 광저우에서 운행한 동일 차종 15대로 제한됐고 차량별 초기 배터리 상태와 충전 이력, 적재량, 도로 경사 등 세세한 정보는 반영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10여 년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연구들은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전기차 배터리를 오래 쓰려면 단순히 천천히 달리는 것보다 급격한 가속과 큰 출력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운전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학자들은 조언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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