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지하 약 2900㎞에 숨어 있던 지구 내부의 미지의 영역 6곳을 찾아냈다. 사람이 일일이 골라내기 어려웠던 미약한 지진파를 AI로 분석한 결과다. 발견된 영역은 지구 깊은 곳의 물질 순환과 맨틀의 움직임을 이해할 새로운 단서로 주목됐다.
중국과학원(CAS) 지질·지구물리연구소 연구팀은 딥러닝을 활용해 지구 핵과 맨틀의 경계 부근에 존재하는 미세한 구조를 전 지구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 ‘딥러닝을 이용한 30년간 지진 데이터 기반 PKP 전구파의 전 지구적 분포(Global distribution of PKP precursors derived from three decades of seismic data with deep learning)’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Solid Earth에 게재됐다.
지표면에서 약 2900㎞ 내려가면 고체 상태의 맨틀과 액체 철이 주성분인 외핵이 만난다. 핵-맨틀 경계(CMB)로 불리는 이곳은 지구 내부의 열과 물질이 이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인간이 직접 접근할 수 없어 정확한 구조는 여전히 수수께끼가 많다.
학자들이 지구 내부를 들여다보는 대표적인 수단은 지진파다. 지진파는 지나가는 물질의 밀도와 상태 등에 따라 속도와 진행 방향이 달라진다. 특히 연구팀은 핵-맨틀 경계 부근의 작은 불균질 구조에 부딪혀 산란되는 미약한 신호 PKP 전구파(PKP precursor)에 주목했다.
문제는 이 신호가 워낙 약하다는 점이다. 방대한 지진 기록에서 PKP 전구파를 사람이 하나씩 찾아내는 기존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분석자의 판단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작업을 AI에 맡겼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훈련해 1990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한 규모 6 이상 지진에서 얻은 200만 건 이상의 파형을 분석했다. AI의 판별 결과를 사람이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수정한 뒤 다시 학습시키는 방식도 병행했다.
CAS 지질학자 관위루이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17만4929개의 PKP 전구파가 확인됐다”며 “기존 연구에서 확보한 자료보다 약 10배 많은 규모이며, 이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가장 광범위한 지구 심부의 잠재적 산란 구조 분포 지도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지도에서는 흥미로운 특징이 드러났다. 과거 연구에서 서로 떨어진 작은 영역처럼 보였던 지진파 산란 지역 일부가 실제로는 훨씬 넓은 범위에 걸쳐 띠처럼 이어질 가능성이 나타났다”며 “특히 기존 관측이 부족했던 지역에서는 주변과 물성이 다른 구조가 존재하는 새 산란 영역 6곳이 처음 확인됐다”고 전했다.
다른 종류의 지진파 자료와 교차 검증한 결과 일부 구조에서 초저속도대(ULVZ)도 파악됐다. ULVZ는 주변 맨틀보다 지진파가 유난히 느리게 통과하는 핵-맨틀 경계 부근의 특이한 영역이다. 여러 차례 지구 내부로 섭입(지각판이 다른 판의 아래로 들어감)한 판의 잔해나 국지적으로 녹은 암석, 대규모 저속도 영역(LLVP)과 상호작용 등이 이런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구 핵 주변에 이처럼 특이한 구조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증거는 이전에도 나왔다. 미국 앨라배마대학교 사만다 한센 교수 연구팀은 2023년 남극에 설치한 지진관측망 자료를 분석해 ULVZ가 핵-맨틀 경계에 생각보다 넓게 분포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연구팀은 오래전 판의 섭입 과정에서 지구 내부로 들어간 해양지각이 핵-맨틀 경계까지 가라앉아 쌓였을 수 있다고 봤다.
이번 연구에서 새로 확인된 6개 영역의 정확한 구조나 물질 조성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다만 AI를 이용해 35년에 걸친 전 지구적 지진 기록을 분석, 지구 심부의 복잡한 상황을 한층 넓은 범위에서 보여줬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특정한 6곳을 향후 여러 종류의 지진파를 결합한 정밀 분석과 핵-맨틀 경계 영상화의 우선적인 탐사 대상으로 제시했다. AI가 찾아낸 미지의 영역에 실제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