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가까이 우주를 날아간 유럽 및 일본의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가 목적지를 눈앞에 뒀다. 긴 항해를 책임진 추진 모듈까지 떼어낸 탐사선은 오는 11월 수성 궤도 진입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다.
베피콜롬보 프로젝트의 특징은 수성에 탐사선을 한 대가 아닌 두 대나 투입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고도에서 동시에 관측함으로써 태양풍의 영향과 수성 자체의 자기장을 구별하고, 아직 풀리지 않은 행성 내부의 비밀에도 한 발 다가선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3일 베피콜롬보의 수성전이모듈(MTM)을 성공적으로 분리했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지구를 떠난 베피콜롬보는 약 99억㎞를 비행하며 지구 1회, 금성 2회, 수성 6회 등 모두 9차례 행성 플라이바이를 거쳤다. MTM은 이 과정에서 태양전기추진으로 탐사선에 추진력과 전력을 제공했다.
베피콜롬보는 ESA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함께 진행하는 수성 탐사 프로젝트다. ESA의 수성행성궤도선(MPO)과 JAXA의 수성자기권탐사선 미오(Mio)를 동시에 수성 궤도에 투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서로 다른 두 탐사선이 동시에 수성을 도는 최초의 임무가 된다.
두 기체의 역할은 다르다. MPO는 수성 가까운 궤도를 돌며 지형과 광물·화학 조성, 중력장과 자기장 등 주로 행성의 표면과 내부를 조사한다. 미오는 보다 높은 타원궤도에서 자기장과 플라스마, 태양풍, 희박한 대기와 우주먼지 등 수성을 둘러싼 환경을 관측한다.
탐사선을 굳이 둘이나 보내는 것은 수성의 특이한 자기 환경 때문이다. 수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작은 행성이지만 지구처럼 자체 자기장을 갖고 있다. 자기장 세기는 지구의 약 100분의 1에 불과하고, 더욱이 태양에 가장 가까워 지구보다 훨씬 강력한 태양풍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탐사선 한 대만으로 자기장을 측정할 경우 관측된 변화가 수성 내부에서 비롯된 것인지, 외부에서 불어닥친 태양풍의 영향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MPO와 미오는 서로 다른 고도에서 같은 시각 수성의 자기 환경을 측정해 태양풍에 따른 변화와 행성 자체 자기장의 특징을 구분한다. 이를 통해 수성 내부 구조에 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JAXA의 설명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수성이 작은 덩치에도 어떻게 자기장을 유지하느냐다. 행성 자기장은 일반적으로 내부의 액체 금속이 움직이며 전류를 만들어내는 다이너모 작용과 관련된다. 작은 행성일수록 내부가 빨리 식어 굳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성은 여전히 자기장을 갖고 있다.
앞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메신저 탐사선 관측에서는 수성 자기장의 중심이 행성 중심보다 북쪽으로 치우친 사실이 드러났다. 베피콜롬보는 두 탐사선의 정밀 관측을 통해 어떤 내부 구조가 이처럼 비대칭적인 자기장을 만드는지 추적한다. 이는 수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했는지를 밝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두 탐사선이 수성까지 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 수성으로 접근할수록 탐사선은 태양의 중력 때문에 속도가 빨라졌다. 연료만으로는 감속이 어려워 베피콜롬보는 여러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와 진행 방향을 바꾸는 플라이바이를 반복했다. 8년 가까이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이런 궤도 조정을 위해 여러 차례 태양을 돌며 적절한 시점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긴 항해를 마친 베피콜롬보는 오는 11월 21일 수성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다. 미오는 12월 9~10일 MPO에서 분리되고, MPO 역시 고도를 낮춰 자체 관측 궤도로 이동한다. 두 탐사선은 2027년 4월부터 본격적인 과학 관측에 나선다.
ESA 관계자는 “미오는 수성의 자기권뿐 아니라 나트륨을 비롯한 희박한 외기권과 태양계 안쪽의 우주 먼지도 조사한다”며 “MPO는 수성 표면의 지질과 화학 조성, 내부 구조를 들여다본다. 하나는 수성 자체를 가까이에서 살피고 다른 하나는 주변 우주환경을 추적하면서, 탐사선 하나로는 규명하기 어려웠던 수성의 수수께끼를 풀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