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나는 작은 새를 박쥐가 뒤쫓아 공중에서 낚아채는 장면이 처음으로 촬영돼 학계의 관심이 이어졌다. 박쥐가 새를 사냥하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문헌과 연구로 알려졌지만, 실제 비행 중인 새를 추격해 포획하는 상황이 시각적으로 기록된 전례는 없었다.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 농학생명과학연구과 후쿠이 다이 부교수(49) 연구팀은 2023년 10월 일본 아오모리현 철새 관찰지에서 멧박쥐(Nyctalus aviator)의 사냥 행동을 집중 관찰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생태학회 학술지 에콜로지 7월 호에 실렸는데, 이후 외신들을 통해 두 달 가까이 소개되며 관심이 이어졌다.
멧박쥐는 날개를 펼친 길이가 약 40㎝, 몸무게 약 40g인 중형 박쥐다. 평소에는 곤충을 먹지만, 특정 시기에는 작은 철새도 포식한다는 사실이 배설물 분석 등을 통해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멧박쥐가 어떻게 새를 잡느냐였다. 잠든 새를 둥지나 나뭇가지에서 덮치는지, 실제 비행 중인 새를 공중에서 사냥하는지 학자들 의견이 갈렸다. 전지구측위시스템(GPS)을 활용한 최근 추적 연구에서 공중 사냥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직접적인 시각 증거는 없었다.
연구팀은 2023년 10월 11일부터 8일간 밤하늘에 탐조용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디지털카메라로 멧박쥐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그 결과 박쥐가 철새를 쫓는 장면 56건을 잡아냈다. 이 가운데 22건에서 실제 접촉을 동반한 공격이 확인됐다. 최종적으로 새를 붙잡는 데 성공한 사례도 6건 기록됐다. 특히 사냥 도중 박쥐가 놓친 일본휘파람새의 상처 부위에서 멧박쥐의 DNA도 확인했다. 영상과 사진뿐 아니라 분자 수준의 증거까지 확보한 셈이다.
멧박쥐의 표적은 대부분 작은 새였다. 종류를 확인할 수 있었던 33건 가운데 일본휘파람새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촉새 9건, 검은멧새 4건 등이었다. 대체로 몸무게 30g 이하의 소형 조류가 표적이었다. 박쥐가 저보다 몸집이 큰 새를 뒤쫓는 상황도 관찰됐지만, 이런 경우 실제 공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박쥐가 새를 사냥한다는 사실 자체는 새롭지 않다. 유럽에서도 대형 박쥐가 철새를 공중에서 포획하는 정황과 센서 기록이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박쥐가 날아가는 새를 추격하고 공격해 붙잡는 전 과정을 사람이 직접 관찰하고 카메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후쿠이 다이 부교수는 “앞으로는 멧박쥐가 붙잡은 새를 어디서 어떻게 먹는지, 그리고 어두운 밤하늘에서 반향정위(에코로케이션)를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새의 위치와 속도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규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학계는 이번 성과가 박쥐의 사냥 전략이나 먹이활동의 상세한 양상을 알게 해줬다고 평가했다. 야간에 이동 중인 철새와 포식자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