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을 덮은 흙이 수천만 년 전 태양계 주변에서 일어난 초신성의 흔적을 간직한 우주 블랙박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운석 충돌로 뒤섞인 달 토양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해독하면 과거 초신성에서 날아온 물질은 물론, 태양계의 역사까지 추적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에 관심이 모였다.

미국 하와이대학교 마노아 캠퍼스 에밀리 코스텔로 박사 연구팀은 달 표면을 덮은 레골리스가 어떻게 뒤섞이는지 계산하는 새로운 수리 모델을 개발했다고 9일 발표했다. 

초신성은 별이 생의 말기에 일으키는 격렬한 폭발 현상이다. 이때 철-60 같은 방사성동위원소를 포함한 물질이 우주 공간으로 수없이 퍼져나간다. 만약 초신성이 태양계 가까이서 일어난다면 일부 물질은 지구와 달에도 떨어진다.

달에는 초신성은 물론 킬로노바 등 극적인 우주 이벤트의 흔적이 적잖게 남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실제로 지구의 심해 퇴적물에서는 약 230만 년 전과 730만 년 전 인근 초신성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철-60이 검출됐다. 그러나 지구는 지각 활동과 침식, 퇴적이 계속되고 오래된 심해 시료 확보가 어려워 현재 추적 가능한 기록은 대략 1000만 년 규모에 머문다.

이런 이유로 연구팀은 달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달 레골리스가 약 8000만~1억 년, 또는 그보다 오래된 우주 환경의 기록을 보존할 장기적인 아카이브라고 평가했다. 물론 달도 기록이 층층이 쌓이는 조건은 아니다. 대기가 거의 없는 달 표면에는 크고 작은 운석이 끊임없이 충돌하고, 이 과정에서 흙이 파헤쳐 지고 다시 덮이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뒤섞임을 계산하는 데 집중했다. 운석 충돌에 따른 물질 이동을 이류와 확산 과정으로 재현하고, 방사성 붕괴와 우주 풍화까지 포함한 모델을 구축했다. 이를 미국이 아폴로 계획으로 가져온 달 샘플에 적용한 결과 실제 레골리스의 성숙도와 철-60의 깊이별 분포를 상당 수준까지 재현했다.

지구나 달에서 초신성의 흔적을 확인, 분석할 수 있다면 은하계와 지구의 진화 역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아울러 연구팀은 철-60뿐 아니라 플루토늄-244, 아이오딘-129, 하프늄-182, 퀴륨-247 같은 방사성동위원소가 달 표면에 어떻게 분포할지도 계산했다. 이 중에서 일부는 초신성뿐 아니라 중성자별 충돌인 킬로노바 같은 극단적 우주 현상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 플루토늄-244와 철-60의 비율이 지각의 깊이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하면 무거운 원소의 기원을 가려낼 단서도 얻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에 세운 가설이 맞는지 향후 달 탐사에서 입수될 시료로 직접 실험할 계획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우주비행사들이 가져올 달 약 1m 깊이의 레골리스 샘플이 대표적이다. 기존 아폴로 착륙지보다 고위도인 남극 지역의 새로운 코어 시료라는 점도 중요하다. 

중국 창어 계획이 이미 가져온 달 샘플도 비교 자료가 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위도에서 채취한 시료의 방사성동위원소 농도를 비교하면 과거 초신성 물질이 날아온 방향을 좁힐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미션을 통해 유입될 달의 레골리스 샘플은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궁극적인 목표는 초신성 하나의 흔적을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태양계는 탄생 이후 우리은하 내부를 계속 이동해왔고, 그 과정에서 주변에서 일어난 격렬한 천체 현상의 흔적이 달에 차곡차곡 남았을 가능성이 있다.

에밀리 코스텔로 박사는 "달의 레골리스는 태양계가 지나온 길을 기록한 거대한 블랙박스"라며 "앞으로 더 깊은 곳의 달 시료를 확보하고 그 기록을 제대로 해독한다면 우리은하를 이동한 태양계의 역사를 재구성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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