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정말 달을 먹어치웠나 <上>에서 계속
금성의 달을 둘러싼 수수께끼는 수백 년 전부터 이어졌다. 17~18세기에는 금성 곁에서 위성처럼 보이는 천체를 봤다는 천문학자들의 보고가 잇따랐다. 하지만 1768년 이후 신뢰할 만한 관측은 끊겼고 더 좋은 망원경이 등장한 뒤에도 금성의 달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과학자들의 관심은 ‘금성에 달이 있는가’에서 ‘왜 달이 없는가’로 옮겨갔다. 2020년 작고한 미국 대기물리학자 프레드 싱어는 1970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조사 보고서를 내고 금성이 과거 달 크기의 천체를 붙잡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위성과 조석작용이 금성의 자전을 늦췄고 위성 자신은 결국 금성으로 추락했다는 가설이다.
보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2006년 나왔다. 알렉산더 알레미와 데이비드 스티븐슨 박사가 낸 조사 보고서 ‘금성에는 왜 달이 없는가(Why Venus Has No Moon)’는 금성에 달이 없다는 사실이 상당히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초기 태양계에서 지구 정도 크기의 행성은 거대충돌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고 이런 충돌은 위성을 만들 잔해 원반을 형성하기 때문에 금성이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실제로 지구의 달도 거대충돌로 만들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다.
두 학자는 금성 역시 첫 거대충돌로 달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달이 금성에서 멀어졌지만 이후 반대 방향의 두 번째 거대충돌이 금성의 회전을 바꾸면서 달의 이동도 역전됐고, 결국 다시 금성으로 떨어졌다는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아주 작은 달이라도 지금 금성 주변에 숨어 있지는 않을까. 미국 천문학자 스콧 셰퍼드와 채드 트루히요는 2009년 칠레 라스캄파나스천문대의 6.5m 바데-마젤란 망원경으로 금성 주변을 체계적으로 뒤졌다. 금성에서 먼 영역에서는 반지름 수백 m급, 가까운 곳에서도 약 1㎞ 이상 위성을 찾아낼 수 있었지만 달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분명하다. 현재 금성에는 자연위성이 없다. 그러나 과거에도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전 연구들은 금성이 달을 만들었다가 거대충돌로 잃었거나 외부 천체를 붙잡았다가 삼켰을 가능성을 꾸준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최근 스티븐 케인 박사 연구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석작용만으로 달이 되돌아와 파괴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금성이 정말 달을 먹어치웠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달 하나 없는 현재의 금성이 처음부터 줄곧 외로운 행성이었다고 단정할 이유 역시 학자들은 잡지 못하고 있다. <끝>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