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서 자연위성이 하나도 없는 행성은 수성과 금성뿐이다. 특히 금성은 크기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한 암석행성이라는 점에서 의문점이 많다. 지구에는 거대한 달이 있는데 금성에는 왜 위성이 하나도 없을까.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UCR) 행성과학자 스티븐 케인 박사 연구팀은 금성이 한때 달을 가졌지만 스스로 없애버렸을 가능성을 검토해 왔다. 연구팀은 그간의 분석 자료를 묶은 조사 보고서 ‘금성 가상 위성의 조석 진화와 운명(Tidal Demise: The Evolution and Fate of a Hypothetical Venus Moon)’을 지난달 말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냈다.
연구팀은 초기 금성의 자전주기를 5~100시간, 가상 위성의 질량을 지구 달의 0.01~10배로 설정하고 금성과 달, 태양의 조석작용이 수십억 년 동안 어떻게 변하는지 계산했다. 그 결과, 지구의 달이 조석작용으로 조금씩 지구에서 멀어지듯 금성의 가상 달도 처음에는 바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달이 금성의 자전을 계속 늦추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스티븐 케인 박사는 “금성의 자전이 느려지자 행성의 자전주기와 위성의 공전주기가 같아지는 동주기 궤도가 점점 바깥으로 이동했다”며 “이 경계가 달의 궤도를 추월하면서 달의 이동 방향이 뒤집혔다. 멀어지던 달이 금성을 향해 다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달이 충분히 가까워져 로슈 한계에 들어가면 금성의 강력한 조석력에 산산조각 날 수 있다”며 “잔해 상당 부분이 금성으로 떨어지는, 말 그대로 행성이 자기 달을 ‘먹어치우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금성의 달이 컸더라도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고 봤다. 큰 달은 금성의 자전을 더 강하게 늦춰 오히려 자신을 파괴할 경계를 빠르게 끌어당겼다는 이야기다. 일부 조건에서는 초기 금성의 자전주기가 약 15시간 이상이거나 위성이 지구 달의 2배 이상이면 약 3000만~17억 년 안에 파괴됐다.
반대로 초기 금성이 약 12시간보다 빠르게 자전하고 지구의 달만 한 위성을 가졌다면 45억 년 동안 살아남는 계산도 나왔다. 즉 금성에 달이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초기 조건에 따라 운명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이번 연구에서 제기됐다.
스티븐 케인 박사는 “우리 연구는 금성이 실제로 달을 삼켰다는 증거는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달이 있었다면 별도의 거대한 충돌 없이 평범한 조석작용만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성의 달에 대한 학자들의 논쟁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과학자들이 금성의 사라진 달을 의심한 역사는 수백 년이나 된다. 최근에는 상당히 깊숙이 접근한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오랜 수수께끼가 풀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성은 정말 달을 먹어치웠나 <下>에서 계속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