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이 과거 자신의 위성을 삼켰을 가능성을 제기한 최신 연구가 주목을 받으면서 수성에도 시선이 쏠렸다. 태양계에서 금성과 함께 위성이 없는 행성은 수성 뿐인데, 애초부터 달이 없었는지, 아니면 중간에 잃어버렸는지 학자들 논쟁에 불이 붙었다. 

수성의 사라진 위성을 둘러싼 논의는 금성의 최신 연구보다 훨씬 오래됐다. 최근에도 수성 주변에 위성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검토한 연구가 나왔다. 인도 행성학자 J.J.라왈과 모다 케유르는 2025년 관측 보고서를 내고 수성의 로슈 한계와 동주기궤도, 태양의 조석작용 등을 계산한 결과 수성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도는 역행 위성이라면 살아남을 궤도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케유르는 적외선 망원경을 이용해 이런 천체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성 주변을 천문대로 탐색하며 위성을 찾는 구체적 노력도 이어졌다. 스웨덴 천문학자 요한 바렐 연구팀이 2007년 국제 학술지 행성과 우주과학(Planetary and Space Science)에 낸 관측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태양계 행성 수성과 가상의 위성을 묘사한 이미지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수성 주변 궤도의 안정성을 계산하고 실제 위성 탐색까지 실시했다. 앞선 시뮬레이션에서는 수성 반지름의 약 30배, 즉 약 7만3000㎞ 이내의 일부 역행 궤도가 최소 500만 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노르딕광학망원경을 이용해 6일 동안 수성 주변을 촬영했다. 탐색 범위는 수성 반지름의 6~140배였으며 일부 관측에서는 지름 약 500m 천체까지 검출할 수 있었다. 두 개의 후보 신호가 포착됐지만 추가 분석 결과 수성에 속한 위성이라고 확인할 만한 천체는 없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매리너 10호는 1974년 수성을 처음 근접 탐사하면서 위성을 탐색했다. 당시 수성 반지름 30배 이내, 즉 적도 궤도의 약 95%를 조사했지만 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당시 학자들은 수성과 비슷한 반사율을 가진 천체라면, 지름 약 5㎞ 넘는 위성은 존재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NASA의 매리너 10호가 촬영한 수성의 지표면 <사진=NASA>

현재 수성에 위성이 없다고 해서 과거에도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한 연구는 반세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윌리엄 워드와 마크 리드는 1973년 영국왕립천문학회 월간보고(MNRAS)에 ‘태양 조석마찰과 위성 소실(Solar Tidal Friction and Satellite Loss)’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연구 대상은 위성이 없는 두 태양계 행성, 금성과 수성이었다.

연구팀은 태양의 강력한 조석작용으로 행성의 자전이 느려지는 동안 위성 궤도 역시 변한다고 계산했다. 그 결과 수성과 금성 주변에 과거 다양한 크기의 위성이 존재했더라도 상당수는 장기간 살아남지 못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궤도가 점차 줄어든 위성이 결국 행성에 충돌하면서 소멸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연구팀은 수성이 정말 위성을 잃었다면 그 흔적이 표면에 남았다고 추측했다. 대기가 거의 없는 수성은 오래된 충돌 지형이 광범위하게 보존돼 있다. 매리너 10호가 처음 촬영한 수성 표면에는 달처럼 수많은 충돌구와 거대한 충돌분지가 존재한다. 다만 현재까지 수성의 특정 충돌분지를 과거 위성의 충돌 흔적으로 확인한 연구 결과는 없다.

수성을 향해 비행 중인 베피콜롬보의 상상도. 수성 이동 모듈(MTM)이 분리되기 전 여러 모듈이 결합된 상태다. <사진=ESA>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수성에는 과거 위성이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며 일부 조건에서는 잃어버릴 수 있었다. 역행 궤도처럼 특정 조건에서 작은 위성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지만 실제 발견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오래된 의문은 결정적인 검증 기회를 맞았다.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가 수성 탐사의 새로운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베피콜롬보가 내년 4월 수성을 본격적으로 탐사하면 표면과 내부구조, 중력장 등에 대한 정밀한 자료가 입수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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