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성과 수성 주변 천체와 위성의 기원을 둘러싼 연구가 잇따라 관심을 받는 가운데,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천체 지구의 달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파헤친 새 연구가 조명됐다. 약 45억 년 전 지구와 원시행성 테이아가 충돌한 뒤 불과 5시간 만에 현재와 비슷한 달이 생겨났을 가능성에 시선이 모였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와 애리조나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달을 빚어낸 것으로 여겨지는 거대충돌을 새로운 방식으로 시뮬레이션한 연구로 주목을 받았다. 해당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 ‘완전한 달의 충돌 포획은 물질의 강도에 좌우된다(Collisional capture of an intact moon depends on strength)’는 지난 1일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소개된 뒤 보름 넘게 논쟁을 달고 다닌다.

현재 달 탄생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은 거대충돌설이다. 약 45억 년 전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 테이아가 원시 지구와 충돌했고, 이때 우주로 튕겨 나간 물질이 지구 주변에 원반을 형성한 뒤 뭉쳐 달이 됐다는 내용이다.

기존의 거대충돌설을 잘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기존 시뮬레이션은 충돌 에너지가 워낙 막대하기 때문에 지구와 테이아의 상당 부분이 녹거나 기화한다고 보고 두 천체를 사실상 유체처럼 취급했다. 이에 따라 암석과 금속이 얼마나 단단하고 변형에 저항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요소로 간주됐다.

여기에 의문을 품은 연구팀은 암석과 금속의 물질 강도와 온도에 따른 변형 정도를 포함한 평활입자유체역학(SPH) 시뮬레이션으로 거대충돌을 재현했다. 천체를 구성하는 물질은 뜨거울수록 부드럽고 차가울수록 단단하다는 실제 지질학적 특성을 적극 반영했다.

결과는 충돌 당시 지구와 테이아의 온도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두 천체가 비교적 차갑고 단단하면 테이아가 부서져 지구 주변에 거대한 파편 원반을 만들었다. 이후 이 물질이 뭉쳐 달을 형성하는 기존 모델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거대충돌설에 입각한 달 형성 시뮬레이션. 천체를 강도가 없는 유체처럼 계산한 기존 방식(위)에서는 지구 주변에 파편 원반이 만들어지지만, 암석의 물질 강도를 반영한 새 시뮬레이션(아래)에서는 충돌 뒤 비교적 온전한 달 크기의 천체가 직접 형성될 수 있었다. <사진=SwRI>

다만 지구와 테이아가 충분히 뜨거워 암석이 쉽게 변형되는 조건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테이아가 완전히 산산조각 나지 않고 상당한 덩어리를 유지했고, 연구팀이 고전적인 거대충돌 연구와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자 충돌 약 5시간 뒤 온전한 달에 가까운 천체가 나타났다.

SwRI 행성학자 애딘 덴턴 연구원은 “이는 달이 반드시 지구 주변에 흩어진 파편들이 오랫동안 뭉친 결과물이라고 볼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며 “과거 연구에서는 파편 원반에서 달이 완전히 조립되는 데 약 100년이 걸리는 모델도 제시됐지만, 이번 연구는 조건에 따라 달의 기본 형태가 충돌 당일 만들어질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달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를 좁히는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 원시행성은 탄생 직후 뜨겁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식는다. 현재 달의 내부 구조와 휘발성 물질 등에서 초기 상태를 추적할 수 있다면 거대충돌 당시 지구와 테이아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나아가 충돌 시점이 언제인지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하지만 탄생 비화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지구 위성 달. 사진은 2026년 4월 아르테미스 II 미션 당시 오리온 우주선에서 촬영했다. <사진=NASA>

물론 달이 5시간 만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연구팀 역시 달의 형성 결과가 당시 지구와 테이아의 온도와 물질 상태에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지구와 달의 물질 조성이 유난히 비슷한 이유 역시 이번 모델만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는 달 탄생 시뮬레이션에서 간과된 암석의 단단함이라는 변수를 부각한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이 변수 하나가 달의 탄생 시간을 불과 몇 시간 규모로 바꿀 수 있어서다. 애딘 덴턴 연구원은 “지구와 테이아의 물리적 상태를 보다 정확히 규명하면 45억 년 전 달 탄생의 순간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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