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모래가 펼쳐진 이집트 서부 사막이 한때 상어들의 천국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발굴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의 이집트 사막은 물 한 방울 찾기 어려운 땅이지만 고대에는 수많은 해양생물로 들어찬 바다라는 가설은 제법 오래됐다.
이집트 카이로대학교 타레크 야신 박사 연구팀은 이집트 서부 사막 아부 타르투르 고원의 두위(Duwi) 지층에서 발굴한 백악기 후기 악상어목 상어 화석의 분석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이 조사한 것은 상어의 뼈가 아니라 이빨이다. 연골어류인 상어는 죽은 뒤 골격이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현재까지 화석으로 남는 부위는 단단한 이빨 정도다.
아부 타르투르 인산염 광산과 두위 지층 표면에서 상어 이빨 14개를 수집한 연구팀은 크레탈람나 마로카나(Cretalamna cf. maroccana)와 스카파노링쿠스 라피오돈(Scapanorhynchus cf. raphiodon), 세라톨람나 세라타(Serratolamna cf. serrata), 스쿠알리코락스 바사니(Squalicorax bassanii), 스쿠알리코락스 프리스토돈투스(Squalicorax pristodontus) 등 최소 5종의 멸종 상어임을 확인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스카파노링쿠스 라피오돈이다. 기괴한 돌출형 주둥이로 유명한 현생종 마귀상어와 계통이 같은 고대종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종은 지금껏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사례가 없다. 알려진 화석 가운데 지질학적으로 가장 젊은 기록일 가능성도 있지만 정확한 분류를 위해서는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하다.
크레탈람나 마로카나와 세라톨람나 세라타, 스쿠알리코락스 바사니 역시 이집트에서 처음 확인됐다. 서로 다른 상어들의 이빨은 크기와 형태에도 차이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다양성이 당시 바다에 서로 다른 먹이와 생태적 지위를 차지한 여러 포식자가 공존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황량한 이집트 사막에서 다양한 상어 화석이 나온 이유는 뭘까. 약 8000만 년 전 지구의 상황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 이번에 조사된 지층은 백악기 후기 캄파니아절에 형성됐다. 당시 높은 해수면으로 지금의 이집트 서부 사막 일부까지 바다가 들어왔고, 아부 타르투르 일대에는 따뜻한 열대 해양환경이 펼쳐져 있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상어뿐 아니라 물고기와 바다거북, 해양파충류 화석이 발견돼 왔다.
타레크 야신 박사는 “인산염이 풍부한 두위 지층은 오래전 이곳의 바다가 생산성이 높은 환경이었음을 보여준다”며 “이번 상어 화석들은 백악기 후기 북아프리카 열대 바다 포식자의 다양성을 확인하는 한편,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에 조사한 지역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인산염층이 조성돼 이곳이 바다였음을 알게 해준다”며 “바다의 인산염은 해양 생태계의 영양분으로, 그 농도와 분포를 알면 당시 생태계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집트 사막지대에서 향후 더 많은 상어 이빨 화석을 확보하면 당시 북아프리카 바다에 살았던 최상위 포식자들의 분포와 진화사가 구체적으로 밝혀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