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990년대부터 현실과 어긋났나
1960년 미국 물리학자 하인츠 폰 푀르스터 연구팀이 만든 세계 인구 방정식은 놀랍게도 수십 년간 실제 인구를 상당히 잘 추적했다. 하지만 영원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았다. 변화가 뚜렷해진 것은 1990년대다.
앨런 맥이천에 따르면, 1993년을 전후해 실제 세계 인구가 연구팀의 예측치보다 적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인구는 여전히 증가했지만 1960년 방정식이 예상했던 것만큼 빠르게 불어나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출산율이다. 국제연합(UN)의 세계인구전망 2024에 따르면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1990년 여성 1명당 3.31명에서 2024년 2.25명까지 떨어졌다. 현재 전 세계 국가와 지역의 절반 이상에서 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을 밑돈다. 1960년대와는 세계 인구의 미래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UN은 2024년 약 82억 명인 세계 인구가 계속 증가하더라도 2080년대 중반 약 103억 명에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2100년에는 약 102억 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 11월 어느 날 갑자기 인구가 무한대로 치솟는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66년 전 논문을 단순한 엉터리 예측이라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2025년 국제 학술지 Physica A에는 기원전 1만 년부터 2023년까지 인구 자료를 이용해 연구팀의 모델을 다시 검토한 시도가 소개됐다. 인구 증가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이른바 ‘쌍곡선적 성장 패턴’ 자체는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최신 자료로 계산한 수학적 특이점은 2030년 부근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것 역시 실제 인구가 2030년 무한대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의 인구 증가 추세가 앞으로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가정해 계산했을 때 나타나는 시점일 뿐이다.
그렇다면 연구팀은 정말 인류가 2026년 11월 13일 멸망한다고 믿었던 것일까. 여기에는 재미있는 반전이 숨어 있다. 11월 13일은 하인츠 폰 푀르스터의 생일이다. 최근 이 논문을 재조명한 앨런 맥이천은 날짜를 특정한 데 유머가 반영됐다고 봤다. 하인츠 폰 푀르스터는 젊은 시절 무대 마술에도 관심을 가진 인물이다.
앨런 맥이천은 이런 이력이 1960년 논문을 이해하는 단서라고 봤다. 마술은 평범한 상황을 제시한 뒤 예상하지 못한 사건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관객을 현실로 돌려놓는다. 연구팀의 논문 역시 실제 인구 자료와 수학으로 출발해 ‘2026년 인류 종말’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을 던진 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왔다.
즉 ‘2026년 11월 13일’은 미래를 내다본 예언이라기보다 당시 급격한 인구 증가가 끝없이 계속될 수 없음을 극단적인 방식으로 보여준 장치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이 논문이 6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하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기발한 연출 뒤에 실제 인구 자료와 수학적 모델이 있었고, 그 모델이 수십 년 동안 현실을 놀라울 정도로 잘 설명했기 때문이다.
1960년 당시 2026년은 먼 미래였다. 이제 하인츠 폰 푀르스터가 자신의 생일을 빌려 정한 운명의 날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인류가 이날 갑자기 무한대로 불어나 서로에게 짓눌릴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11월 13일이 지나면 과학사에서 가장 기묘했던 종말 카운트다운 하나도 마침내 끝나게 된다. <끝>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