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7일 다섯 번째 우주 비행에 나선다. 이번 발사는 낮 12시대에 예정돼 있다. 그런데 누리호의 과거 발사 시각을 살펴보면 일정한 규칙이 보이지 않는다.
2021년 10월 21일 1차 발사는 오후 5시, 이듬해 6월 21일 2차 발사는 오후 4시에 이뤄졌다. 2023년 5월 25일 3차 발사는 오후 6시24분이었다. 지난해 11월 27일 4차 발사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한밤중인 오전 1시13분에 우주로 향했다.
그리고 5차 발사는 다시 낮으로 돌아왔다. 우주항공청(KASA)이 설정한 발사 가능 시간은 7일 낮 12시23분부터 오후 1시23분까지다. 발사 때마다 시간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주발사체는 비행기처럼 준비가 끝났다고 아무 때나 출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발사체가 싣고 가는 위성을 언제, 어느 방향으로, 어떤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전문용어로 이를 발사창(launch window)이라고 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발사창을 안전과 임무 목적에 따른 여러 조건을 만족하면서 발사할 수 있는 시간 범위로 설명했다. 짧게는 몇 분에 불과할 수도 있고 임무에 따라 몇 시간까지 열리기도 한다.
특히 지구관측위성은 발사 시각이 중요하다. 같은 지역을 촬영하더라도 오전과 오후, 태양의 고도에 따라 지표면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와 빛의 세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누리호 5차 발사의 시간이 낮 12시대로 정해진 것도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2~6호와 관련이 있다. 이 위성들은 지구 상공 약 570㎞의 태양동기궤도(SSO)에 들어갈 예정이다. 태양동기궤도는 지구를 돌면서 특정 지역을 거의 같은 현지 태양시각에 통과하도록 설계한 궤도다. NASA에 따르면 이런 궤도는 지표면을 비추는 태양의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지구관측에 유리하다.
초소형군집위성은 한반도 등을 낮 12시30분 전후의 일정한 태양 조건에서 관측하도록 목표 궤도가 설계됐다. 위성이 원하는 궤도에 들어가는 시각에서 위성 분리와 누리호 비행에 걸리는 시간을 거꾸로 계산해 발사 가능 시간이 정해졌다.
누리호가 낮에도 밤에도 뜨는 것은 발사체 자체의 특성 때문이라기보다 싣고 가는 위성의 임무와 목표 궤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는 누리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발사체들은 같은 원리로 발사 시각이 매번 달라진다.
이미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선과 만나야 하는 임무라면 조건은 더욱 까다롭다.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우주선은 발사장이 ISS의 궤도면과 적절하게 정렬되는 순간을 노려야 한다. 발사 시기를 놓치면 발사체가 훨씬 많은 연료를 사용해 궤도를 수정해야 하거나 아예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달이나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우주선은 고려할 것이 더 많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고 목표 천체 역시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행성 탐사선의 발사창은 대개 지구와 목표 행성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지구의 공전 속도를 이용하면서 탐사선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 그곳에 목표 행성이 위치하도록 출발 시각을 계산한다.
대표적인 것이 화성이다. 지구와 화성이 탐사선 비행에 적합한 위치에 놓이는 기회는 약 26개월마다 돌아온다. 발사 준비가 몇 주 늦어졌다고 다음 달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기에 실제 발사 당일에는 또 다른 변수들이 추가된다. 강풍이나 낙뢰 가능성 등 기상 조건은 물론 발사체와 지상 설비의 상태, 비행경로 주변의 항공기와 선박, 궤도를 지나가는 다른 우주물체와 충돌 가능성까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우주발사체의 발사시각은 단순한 일정표의 숫자가 아니다. 목표 천체와 위성의 궤도, 지구의 자전과 공전, 기상과 안전 조건을 모두 계산한 결과다. 로켓이 발사대를 떠나는 적정 시간에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누리호 5차 발사는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다. 누리호는 주탑재위성인 초소형군집위성 2~6호 5기와 큐브위성 10기 등 역대 가장 많은 총 15기의 위성을 탑재했다. 이번 미션의 핵심은 초소형군집위성 5기를 고도 약 570㎞ 궤도에 차례로 사출하는 것이다. 국내 발사체가 동일 임무를 수행하는 여러 주탑재위성을 한꺼번에 우주로 운반해 순차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이번 발사는 누리호 체계종합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 준비와 운용 참여 범위가 4차 발사보다 확대됐다. 정부·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중심의 발사체 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