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운동 능력은 오히려 떨어져
지구 자기장이 생명체의 수명과 신체 기능에 예상 밖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자기를 거의 완전히 차단했더니 파킨슨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초파리의 수명은 늘었지만, 운동 능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영국 노팅엄대학교 리사 차크라바르티 교수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담은 실험 보고서를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에이징에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지자기는 지구 내부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으로,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거나 철새가 이동 방향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학자는 세포의 노화와 에너지 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는데, 이를 확실히 입증한 연구는 많지 않다.
연구팀은 특수 합금인 뮤메탈로 제작한 차폐 상자를 이용해 지자기를 거의 제거했다. 지표면의 자연 자기장은 대략 25~60마이크로테슬라(μT)이지만, 상자 내부에서는 약 5나노테슬라(nT)까지 낮아졌다.
실험에는 건강한 초파리와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인 Pink1에 결함이 있는 초파리가 사용됐다. Pink1은 세포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상태 유지에 관여한다. 이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축적돼 운동 장애와 수명 단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생후 20일부터 자기장이 차단된 환경에서 생활한 파킨슨병 모델 초파리는 일반 환경에서 자란 개체보다 수명이 약 20% 길었다. 사망 위험도 약 절반으로 감소했다. 다만 오래 산다고 건강해진 것은 아니었다. 초파리가 일정 높이까지 기어오르는 능력을 측정하자 자기장 차단 환경에서 생활한 개체의 운동 능력은 떨어졌다.
건강한 초파리에서는 반대 경향이 나타났다. 자기장을 차단하자 기어오르는 능력이 향상된 반면, 생존율은 다소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러한 차이가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방식과 관련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자기장이 차단된 건강한 초파리에서는 평소보다 대체 에너지 생산 경로가 활발하게 작동했다. 세포 손상과 노화에 관여하는 활성산소도 증가했다. 특히 파킨슨병 모델 초파리에서 그 변화가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지자기 차단이 세포에 일종의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에너지 대사 방식을 바꿨다고 추측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수명과 운동 능력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친 정확한 원인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과를 인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실험 대상은 초파리이며, 파킨슨병 모델 초파리의 수명이 늘어난 대신 운동 능력이 악화됐다는 점도 치료 가능성을 판단할 때 중요한 한계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지자기가 단순히 방향을 알려주는 자연현상을 넘어 생명체의 세포 활동에도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학계는 우리가 평생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지구의 자기장이 노화와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