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새끼 위해 놀이 상대 찾아
먹이활동 줄이면서 사회성 발달 도와

독립성이 강한 오랑우탄도 새끼를 위해서는 다른 가족을 찾아다니며 놀이 기회를 마련한다는 의외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어미는 새끼가 또래와 어울리는 동안 곁을 지키고, 이를 위해 자신의 먹이활동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와 스위스 취리히대학교(UZH)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했다.

오랑우탄은 침팬지나 고릴라와 달리 무리를 이루기보다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긴 유인원이다. 특히 성체 암컷은 새끼와 함께 생활하면서도 다른 개체와는 비교적 드물게 접촉한다. 이런 생활 방식 때문에 새끼가 또래와 어울릴 기회도 제한적이다.

오랑우탄은 유인원 중에서 독립성이 강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야생 오랑우탄 어미가 새끼의 사회적 경험을 어떻게 돕는지 알아보기 위해 15년이라는 비교적 긴 기간 어미와 새끼 31쌍을 관찰했다. 전체 관찰 시간은 무려 약 3만2600시간에 달했다.

분석 결과, 어미들은 새끼가 다른 어린 오랑우탄과 놀 수 있도록 행동을 조절했다. 평소보다 이동 거리를 늘려 다른 어미와 새끼가 있는 곳을 찾아갔고, 새끼들이 함께 노는 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만남이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어미들은 새끼가 놀이를 시작하기 전부터 다른 가족과 가까워지는 행동을 보였으며, 놀이가 끝난 뒤에는 다시 이동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나무 사이를 이동하는 어미 오랑우탄에게 매달린 네 살짜리 새끼. 오랑우탄 어미는 새끼를 데리고 다른 가족을 찾아가 또래와 어울릴 기회를 마련한다. <사진=UZH>

이 과정에서 어미가 감수한 부담도 확인됐다. 다른 가족을 찾아 이동하고 새끼의 놀이를 기다리는 동안 먹이를 먹는 시간이 줄었다. 오랑우탄에게 먹이활동은 생존과 직결되는데도, 어미들은 새끼의 사회적 경험을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

연구팀은 새끼의 성장 단계에 따라 어미의 행동이 달라지는 점도 주목했다. 새끼가 또래와 어울리며 놀이를 통해 다양한 행동을 익히는 시기에 어미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몸을 맞대고 장난치는 어린 오랑우탄들. 이러한 놀이는 새끼들이 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적 행동을 익히는 기회가 된다. <사진=UZH>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오드 제이컵슨 박사는 “어린 오랑우탄에게 놀이는 단순한 시간 보내기가 아니다”며 “몸을 움직이고 상대의 행동에 반응하면서 사회적 신호를 익히고, 다른 개체와 관계를 맺는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연구는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에게도 새끼의 사회적 발달을 지원하는 양육 행동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어미 오랑우탄은 새끼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개체와 어울릴 기회까지 마련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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