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구팀, 병마용 지문 79개 정밀 분석
여성·15세 이하 어린이 제작 참여 가능성

중국 진시황릉의 병마용 제작에 성인 남성은 물론 여성과 어린이도 참여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약 2200년 전 만들어진 병마용에 남은 지문을 분석한 결과로, 고대 중국의 대규모 건축 및 조형 사업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실체를 밝힐 단서로 주목됐다.

중국 진시황제릉박물원과 산둥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23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 13일 자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컬처럴 헤리티지'를 통해 먼저 소개됐다.

병마용은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제작된 실물 크기의 병사와 군마 조각상이다. 1974년 산시성 시안 인근에서 우물을 파던 농민들이 발견했으며, 현재까지 약 2000점이 발굴됐다. 전체 규모는 약 8000점으로 추정된다.

약 2200년 전 만들어진 진시황릉 병마용 연구에서 의외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사진=pixabay>

2007년 신 세계 7대 불가사의 후보로 꼽혔던 병마용은 각 조각의 얼굴 표정과 머리 모양, 갑옷의 형태가 저마다 다르다. 정교한 제작 기술과 엄청난 규모 때문에 오랫동안 숙련된 성인 남성 장인들이 제작을 주도했을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팀은 실제 제작자들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병마용 표면에 남은 지문에 주목했다. 병마용은 머리와 팔, 몸통 등을 따로 제작한 뒤 조립했는데, 아직 마르지 않은 점토를 다듬거나 부품을 붙이는 과정에서 작업자의 지문이 남을 수 있다.

지문은 진시황릉 병마용 1호갱의 T23 구역에서 출토된 병사상 36점에서 채취했다. 머리와 팔, 갑옷 등에 남은 지문 가운데 분석 가능한 것은 최종 79개로 압축됐다.

수천 점에 달하는 병사들의 조각상은 얼굴, 복장 등이 제각각이다. <사진=pixabay>

진시황제릉박물원 샤오시 리 연구원은 "지문의 주름인 융선 사이의 간격은 나이와 성별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며 "어린이는 성인보다 간격이 좁고, 성인이 된 뒤에는 대체로 남성이 여성보다 넓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지문을 남긴 사람들의 성별과 연령대를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성인 여성과 청소년 남성의 지문은 융선 간격이 비슷하고, 점토는 건조 및 소성 과정에서 수축한다"며 "개별 지문의 주인을 특정하는 대신 전체 측정값에 통계적 분석을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분석 결과 성인 남성이 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은 전체의 약 45%였다. 성인 여성은 약 33%, 15세 미만 어린이는 약 22%로 추정됐다. 이는 병마용 제작에 숙련된 남성 장인 외에도 여성과 어린이가 꽤 높은 비율로 참여했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지문의 비율이 실제 노동자 수의 비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병마용 제작에 동원된 성인 여성과 어린이의 비율은 각각 33%와 22%로 추측됐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숙련된 장인들이 조각상의 주요 부분을 만들고, 여성이나 어린 견습공들이 갑옷의 장식 등을 붙이는 보조 작업을 맡았다고 추측했다. 당시 공방에서 견습생이 기술을 배웠다는 기록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다. 숙련된 장인들은 도구를 사용하거나 작업 흔적을 매끄럽게 다듬은 반면, 경험이 부족한 작업자들은 점토에 지문을 더 많이 남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샤오시 리 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진시황 시대 국가 공방에서 여성과 어린이가 일했다는 기존 문헌 기록을 실제 유물에 남은 흔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제작에 참여했는지, 국가의 명령에 따라 강제로 동원됐는지는 지문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며 "더 많은 병마용과 제작 흔적을 조사하면 당시 노동 조직과 제작 방식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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