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보이는 과학적 이유 上에서 계속

■물리적·자연적 현상·곰팡이가 부르는 귀신

학자들에 따르면, 곰팡이 등 균류가 환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사진=pixabay>

미국 텍사스주의 한 시골마을에서는 묘지와 가장 가까운 사거리를 향해 차량 전조등을 켜면 수수께끼의 불빛이 깜빡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 주민들은 이 미스터리한 빛의 깜박임이 아들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여자 귀신의 랜턴이라고 믿는다.

2011년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결국 수수께끼를 풀었다. 아이폰과 구글맵을 동원한 이들은 마을 인근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커브를 돌 때 전조등 불빛이 이상하게 깜빡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이처럼 물리적 현상이 아주 오래된 귀신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오래된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곰팡이나 오염물질들이 귀신을 봤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미국 클락슨대학교 환경학과 학생들은 곰팡이 같은 미생물이 귀신 목격담과 어떻게 연결되는 지 증거를 찾아냈다. 아직 과학적으로 100%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지만, 이들이 찾은 고스트 스팟(심령현상이 빈발하는 흉가 등)은 사람이 사는 일반 건물보다 곰팡이 포자 수가 훨씬 많았다.

한 보고에 따르면, 귀신을 봤다는 등 심령현상을 믿는 사람들은 대개 상한 음식 냄새(균류와 곰팡이가 합쳐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생물학자들은 이런 미생물과 곰팡이가 창궐할 경우 불안이나 우울, 정신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맥각균(LSD의 원료와 같은 미생물)에 오염된 호밀빵이 일으킨 집단 환청과 환시가 1600년대 후반 그 악명 높은 세일럼 마녀재판의 원인이라는 역사학자도 있다. 영국 런던의 균류 전문가들은 곰팡이투성이의 썩은 책들이 기발한 정신상태를 야기해 역사에 길이 남은 문학작품을 탄생시켰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지구의 지자기 활동이 갑자기 일어난 날 귀신 목격담이 줄을 잇는다고 주장하는 물리학자도 있다. 태양의 플레어 같은 우주의 비정상적 현상으로 지구 자기권이 흐트러지고 그것이 인간의 뇌 기능까지 혼란시켜 지각을 교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가설을 완벽하게 입증한 실험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뇌 전기신호의 교란

귀신을 보는 현상은 뇌과학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사진=pixabay>

일부 신경학자들은 시각적 기억을 처리하는 뇌 측두엽에 발작이 일어날 경우 귀신을 보게 된다고 주장한다. 귀신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사람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런 체험은 오전 2~4시 사이 집중되는데, 바로 뇌 측두엽 혼란이 가장 자주 일어나는 시간대와 일치한다.

2016년 이스라엘 예루살렘병원 의사들이 낸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간질을 치료하던 중 우연히 측두엽을 자극했더니, 신과 조우한 것 같은 체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2008년 발표된 미국의 의학 논문에 따르면, 텔레파시를 가졌다고 알려진 사람들의 경우 기억을 처리하는 뇌 부위 중 하나인 우측 해마방회(right parahippocampal gyrus)에서 비정상적 활동이 감지됐다. 

이처럼 사람의 뇌 일부분에 흐르는 전기신호가 교란되면 환상이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2014년 스위스의 한 신경학자는 피실험자의 눈을 가리고 기계에 손가락을 얹게 한 뒤 움직임을 관찰했다. 피실험자가 손가락을 움직이면 뒤쪽 로봇의 손이 똑같이 피실험자의 등에 닿는다. 하지만 피실험자를 흉내내는 로봇 팔의 움직임을 아주 조금 늦추자 피실험자는 귀신이 등을 찌르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뇌의 전두전피질로 들어오는 전기신호 타이밍에 혼란이 야기됐기 때문이다. 

전두전피질은 감각과 운동 신호를 제어하는 곳이다. 과거 심령현상을 경험한 사람의 뇌를 스캔해보면 대부분 회백질 영역에 상해가 있고, 이에 따라 정상적인 뇌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귀신을 부르는 초저주파 19Hz

지하철 등에서 자주 느껴지는 초저주파는 가끔 귀신의 존재를 부른다고 여겨진다. <사진=pixabay>

1980년대 초 영국 기술자 빅 탠디는 의약품 공급회사 연구실에서 일하다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곧 심한 한기를 느꼈고, 자신이 알 수 없는 위험에 노출됐다고 직감했다.

탠디는 연구실을 돌아다니며 안정을 취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머지 않아 연구실 안에 자신뿐 아니라 미지의 존재가 함께 있음을 느꼈다. 시선 끝에 희끄무레한 물체가 분명히 보였지만 돌아보니 이내 사라지고 없었다.

동료들은 연구소에 귀신이 출몰한다고 놀려댔다. 원래 귀신 같은 것을 믿지 않았던 빅 탠디는 원인을 찾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18.9Hz(헤르츠)의 초저주파음을 내며 돌던 선풍기가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유명한 인프라사운드(infrasound)와 귀신 목격의 연관성에 관한 실험이다.

인간의 청각은 인프라사운드, 즉 초저주파 불가청음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각이나 다른 감각들은 여기서 아주 미세한 진동을 느낀다. 그 소리(진동)가 탠디의 시각을 일그러뜨려 귀신을 보여준 셈이다. 선풍기 때문에 순간 탠디는 패닉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일부 소리는 인간의 장기를 흔들어 실제로 과호흡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개 20Hz 이하의 음역대를 초저주파 불가청음으로 정의한다.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미묘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실제로 탠디가 1998년 이 발견을 발표한 후 18.9Hz(혹은 19Hz)가 공포의 주파수로 악명을 얻었다. <끝>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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