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 소화를 관장하는 중요한 장기다. 장기능이 떨어지면 소화가 어려워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장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장이 기억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이 최근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장과 뇌가 신경망에 의해 연결돼 있다는 가설이 세워지면서 생물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건망증 때문에 고민이라면 머리는 물론 장건강도 들여다봐야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2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쥐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장이 단순히 음식을 소화시키는 긴 통로가 아니라 뇌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이들은 미주신경(vagus nerve)에 주목했다.

사람의 기억은 기계장치와 달리 유한하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장과 뇌가 일반적으로 동물이 뭔가 먹을 때 연결되며, 이런 특수 기능이 동물이 처한 환경에서 음식이 어디에 있는지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후 연구팀은 쥐들을 미로에 놓고 출구를 기억하도록 했다. A에서 B에 이르는 길이 쥐의 탈출루트라고 했을 때, 몇 차례 멀쩡하게 탈출에 성공한 쥐라도 장과 뇌를 연결하는 미주신경에 손상을 줄 경우 기억감퇴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미주신경이 잘린 쥐들의 뇌를 살펴본 결과, 특정한 기억과 관련된 뇌의 영역인 해마 활동이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특히 이 쥐들의 해마에서 뉴런들 사이를 연결하는 일부 기억 형성 단백질 수도 줄었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이 발견이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면 장이 손상될 경우 기억에도 일정 부분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 반대로 장과 뇌의 미주신경 연결 상태를 개선함으로써 기억력이 떨어진 고령자 등에 희망을 줄 수도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지난 4월에도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퍼시픽 노스웨스트 국립연구소(Pacific Northwest National Laboratory)는 기억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장내 유산균이 특정 유전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장내 유산균과 유전자 조합이 기억에 관여하는 사실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인간의 유전적 다양성을 모방한 공동교배(collaborative cross) 쥐를 실험에 동원했다. 이 쥐는 여러 계통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유전자를 가졌다.

우선 연구팀은 기억력 테스트를 통해 쥐의 다양한 유전자 중 기억에 관여하는 것을 특정했다. 이후 쥐의 장을 검사해 해당 유전자가 어떤 장내 세균과 연관이 있는지 관찰했다.

실험 결과, 장내 세균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가 특정 유전자와 짝을 이뤄 기억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은 전부터 기억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학계가 주목해 왔다. 

연구팀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유전자의 패턴이 어떻게 장내 세균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지는 밝히지 못했다”면서도 “쥐가 아닌 인체실험을 통해 향후 유전자와 장내 세균, 기억이 서로 관련되는 구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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