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이 애타게 찾아헤맨 불로장생의 비결이 고혈압 치료제(통상 혈압약)에 담겨있을지 모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본 오사카시립대학 연구팀은 최근 실험 결과,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이뇨제의 일종 메톨라존(metolazone)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수명을 늘렸다고 발표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호포흡에 밀접히 관계하는 일명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로, 호흡이 활발한 세포일수록 미토콘드리아 함유량이 많다.
나카다이 에리코 박사가 이끄는 오사카시립대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C.엘레강스)을 동원한 실험에서 메톨라존과 미토콘드리아 속 특정 유전자의 관계에 주목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예쁜꼬마선충은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 반응 시 발현하는 유전자 hsp-6를 갖고 있다"며 "선충을 여러 혈압약에 노출하고 이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는지 살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hsp-6 유전자 발현 시 발광하는 녹색 형광 단백질을 선충에 주입했다. 이후 3000여종의 혈압약에 선충을 노출한 결과, 메톨라존이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 응답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선충의 수명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장수의 비결을 연구할 때 흔히 언급되는 것이 ‘미토콘드리아 미접힘 단백질 반응(mitochondrial unfolded protein response, UPRmt)’이다. 세포의 스트레스 반응인 UPR이 발생하면 미토콘드리아가 복구되는데, 이것이 곧 노화방지의 프로세스로 여겨진다. 때문에 학계는 약물을 통한 미토콘드리아 복구 제어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오사카대 연구팀 관계자는 “실험에서 확인된 효과는 hsp-6 유전자의 활동을 방해하면 발휘되지 않았다”며 “메톨라존의 생명 연장 효과는 미토콘드리아의 복구과정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충이 가진 hsp-6 유전자는 인간으로 치면 파킨슨병 원인유전자인 Hspa9에 해당한다”며 “메톨라존은 이 유전자의 발현을 벌써 무력화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즉, 메톨라존이 포유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발휘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메톨라존 외에 모든 생명체가 가진 조효소 니코틴아미드 모노뉴클레오티드(nicotinamide mononucleotide)와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 등을 노화방지의 열쇠로 생각해 왔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