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에르그 체츠 지역에서는 무게 32㎏의 운석이 발견됐다. 거친 표면에 황갈색과 베이지색을 띈 운석은 녹색과 황록색, 황갈색의 결정이 박혀있어 한 눈에도 특이하다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이는 미국의 달과 행성연구소(LPI)로 옮겨져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운석연구센터(Center for Meteorite Studies)에서 분석에 들어갔다. 'EC 002'라고 이름 붙여진 이 운석은 연구 결과 지구보다 2000만년이나 더 오래된 45억66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EC 002는 이제까지 발견된 수만개의 운석 중에서도 불과 8%에 불과한 '안산암'으로 구성됐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은 대부분 '소행성 4 베스타'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철과 마그네슘이 풍부한 현무암으로 구성됐다. 이는 소행성의 지각이 용암으로 덮여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EC 002를 구성하는 안산암은 콘드라이트(chondrite, 구립운석)이라는 물질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이제까지 발견된 운석 중에서는 처음이다. 또 EC 002는 콘드라이트가 원시 행성 형성 단계에서 자주 등장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다른 연구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됐다.
연구진은 EC 002의 스펙트럼 지문(방출하거나 반사하는 빛의 파장 패턴)을 이제까지 관측된 모든 소행성과 비교했다. 대규모의 다중 분광 영상화 및 분광학적 적색편이 탐사 계획 '슬론 디지털 전천탐사(Sloan Digital Sky Survey)'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만여개의 물질 중 EC 002와 일치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즉 EC 002의 고향인 행성은 이미 사라졌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이 사실을 통해 태양계 초기 먼지구름이 뭉쳐져 원시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일부를 밝혀냈다고 말했다. EC 002와 같은 소행성이 더 크고 밀도가 높은 지구나 수성, 금성, 화성 등에 흡수됐다는 추측이다. 이 때문에 원시 안산암은 현재의 소행성 리스트에서 찾아 보기 어려우며 과거 운석 기록에도 드물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EC 002는 가장 오래된 운석일 뿐더러 원시 행성의 지각 형성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이 연구는 8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