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꿈을 꾸는지는 과학계 내에서도 다양한 가설이 있으며 구체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분야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의 심리 분석으로 잠자는 동안 우리가 이상하고 한계가 없는 여정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하려 노력했다. 일반적인 합의는 꿈이 깨어있는 시간 동안의 경험 처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다.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가설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딥러닝 과정이 꿈과 비슷하다는 내용이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신경과학자 에릭 호엘 교수는 14일 패턴즈 저널을 통해 '과적합 뇌 가설(overfitted brain hypothesis)'을 주장했다.

호엘 교수는 "꿈꾸는 이유에 대한 이론은 엄청나게 많다"며 "하지만 나는 '꿈의 경험' 자체가 꿈을 꾸는 이유라는 이론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꿈에 대한 가설은 무수하다. <사진=pixabay>

딥러닝을 위해 AI를 학습할 때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데이터에 너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AI는 '훈련 세트'가 직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표현한다고 가정하며 학습 진행이 더뎌진다. 이런 상태가 바로 '과적합'이다.

이때 과학자들은 데이터를 더 부가하는 등 나름의 대응방법을 사용한다. 그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드롭 아웃(drop out)'으로, 일부 데이터를 무작위로 무시해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AI는 사라진 데이터에 집착하기보다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파악하며 학습을 진행한다.

호엘 교수는 "심층 신경 네트워크(deep neural networks)에서 진행되는 딥러닝은 원래 인간의 뇌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간의 뇌도 심층 신경 네트워크과 같이 일상에 너무 익숙해지면, 뇌는 이런 과적합 상태를 상쇄하기 위해 꿈에 이상한 버전의 세계, 즉 '드롭 아웃의 정신적 버전'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미 과적합 뇌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예를 들어,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을 꿈속에서 떠올리려면 깨어있는 동안 새로운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다. 새로운 일에 과도하게 매달리면 과적합 상태가 촉발되고, 뇌는 꿈을 만들어 이 과제를 일반화하려 한다.

수면박탈(sleep deprivation)이 생기면 우리는 여전히 지식을 처리할 수는 있지만 배운 것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증거로 내세웠다. 이 가설은 꿈의 기억적인 면보다는 '일반화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꿈의 본질보다는 목적에 대한 분석이다.

꿈에 대한 뒤얽힌 개념을 영화화한 '인셉션' <사진=영화 '인셉션' 스틸>

소설이나 TV쇼와 같은 외부 자극이 꿈의 대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공적인 꿈'이라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이는 가상 현실(VR)과 같은 기술로 소설이나 영화 등 꿈 같은 성격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과적합된 뇌가 수면박탈로 일어나는 부작용을 상쇄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호엘 교수는 "AI는 전원을 내리면 꺼지지만, 뇌는 그럴 수 없고 항상 무언가를 배운다"며 "그래서 과적합 뇌 가설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생은 때때로 지루하다"며 "꿈은 당신이 세상의 모델에 너무 익숙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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