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등 마블 인기 캐릭터 소유권을 두고 벌어진 마블 스튜디오와 작가의 유족 간 송사는 직무저작물에 대한 법적 해석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마블은 25일자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 등에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토르, 닥터 스트레인지, 블랙 위도우, 캡틴 마블 등 인기 캐릭터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마블의 소송은 지난 8월 해당 캐릭터를 창조한 원저작자들의 유족이 제기한 소유권 주장에서 시작됐다. 마블 스튜디오에서 작가로 일한 고 스탠 리와 고 스티브 딧코 등의 유족은 저작물 관련법에 따라 2023년 6월 마블이 캐릭터 소유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2018년 스탠 리와 스티브 딧코가 세상을 떠나자 고인들이 창조한 마블 인기 캐릭터의 권리를 가져오기 위해 저작권 전문 변호사 및 유산관리업체를 선임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토르, 블랙 위도우 등의 소유권 분쟁이 벌어졌다. <사진=마블 스튜디오 공식 홈페이지>

소송으로 맞불을 놓은 마블이 믿는 구석은 직무저작물이다. 회사의 직원이 업무의 일환으로 제작한 결과물의 권리가 회사에 있다는 의미다. 법원이 마블의 유명 캐릭터들을 직무저작물로 인정할 경우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등의 소유권은 자연스럽게 회사로 귀속된다.

마블이 인기 캐릭터들을 직무저작물로 주장하는 근거는 독특한 작업 방식인 ‘마블 메소드(The Marvel Method)’다. 전체 시나리오를 쓸 시간이 부족했던 스탠 리가 오래 전 고안한 방법으로, 이야기의 일부를 제시하면 작가와 아티스트 여러 명이 구성한 프로젝트 팀이 스토리와 캐릭터를 완전히 창조하는 방식이다.

마블은 2012년 고스트라이더 소유권 분쟁 당시 마블 메소드 카드를 유용하게 써먹었다. 마블의 캐릭터가 대부분 ‘마블 메소드’ 방식으로 제작됐고, 이는 회사의 고유한 업무 방식이므로 여기서 탄생한 창조물은 모두 직무저작물이라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잭 커비와 함께 마블을 대표하는 작가 스탠 리. 많은 마블 영화에 카메오 출연했다. <사진='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

물론 법원이 마블 캐릭터들을 직무저작물로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보편화된 직무저작물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직무저작물을 완전 부정하지는 않으나 회사와 직원간의 계약을 중시하는 편이다. 고인들과 마블 간에 이뤄진 별도의 계약이 존재하느냐가 그래서 관심을 받는다.

만약 법원이 유족의 손을 들어줄 경우 마블은 엄청난 가치를 지진 캐릭터들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향후 영화 등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막대한 개런티도 지불해야 한다. 이번 저작권 분쟁이 미국 내에 국한된 사안이긴 하지만 현지 영화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마블이나 유족 입장에서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코믹스 속 슈퍼히어로를 둘러싼 소송은 전에도 몇 차례 벌어졌다. 슈퍼맨을 창조한 제리 시겔과 조 슈스터의 유족은 지난 2008년 DC코믹스로부터 권리를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에서는 슈퍼맨의 저작권 일부가 조 시겔 측에 있다고 인정됐다. 이듬해에는 마블 코믹스의 전설적 작가 잭 커비의 유족이 스파이더맨과 엑스맨, 헐크, 토르 등의 권리 이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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