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미화하면서 일제 만행은 외면."

영화 '이터널스'가 히로시마 원폭은 차용하면서 정작 731부대 등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에는 눈을 감았다는 지적이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 유명 극작가 왕하이린(왕해림, 50)은 최근 환구시보에 낸 평론에서 영화 '이터널스'가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참회하는 장면을 넣으면서 731부대 등 일제 만행에는 무관심했다고 비판했다.

왕하이린은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의 '이터널스'는 주된 캐릭터 가운데 동성애자 흑인이 등장하는 등 최근 할리우드에서 두드러진 변화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이터널스의 일원인 흑인 히어로(파스토스)가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 투하에 참회하고 우는 장면은 세계 영화사에 남을 황당무계한 순간"이라며 "각본을 쓴 일본계 미국인(카즈 피르포)은 어쩔 수 없이 내려진 역사적 판단(원폭 투하)을 곡해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마블은 최초의 동성애자 히어로를 '이터널스'에 투입하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사진=영화 '이터널스' 캐릭터 포스터>

특히 왕하이린은 "'이터널스'는 전쟁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정의와 악의 경계를 허문 것은 물론 전후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을 피한 채 추상적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영화"이라며 "객관적으로 이 작품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변호"라고 혹평했다.

이어 "만약 '이터널스' 속 원폭 신의 의미가 진정한 반전이라면 왜 악마 같은 짓을 저지른 일본 731부대는 다루지 않았나"라며 "이 영화가 품은 반전 메시지가 예술이 아닌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 하얼빈에 주둔했던 731부대는 세균전을 주로 담당했다. 전쟁 포로 등을 대상으로 잔혹한 세균 및 약물 실험을 자행해 '악마의 부대'로 악명을 떨쳤다.

왕하이린은 "엉터리 역사관을 품은 '이터널스'는 미국에서 이미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이런 영화가 일본 이외의 동아시아 국가에서 얼마나 많은 흥행 수입을 올릴지, 애초에 어떻게 개봉했는지 의문"이라고 평론을 마무리했다.

'이터널스'는 인류에 생존 기술을 알려준 파스토스가 히로시마 원폭이 터지자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넣어 논란이 됐다. 파스토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작품 최초로 등장한 동성애자 히어로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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