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옥풀에 인공 뉴런을 연결해 끈끈한 잎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파리지옥풀은 식물로는 드물게 의식은 물론 학습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어서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스웨덴 린셰핑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 뉴런과 파리지옥풀을 결합한 실험에서 잎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공 뉴런을 통한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뇌와 컴퓨터의 연결) 같은 미래 의료기기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희망을 봤다고 자평했다. 인공 뉴런 중에서도 생체 친화성이 뛰어난 장치는 난치병을 앓는 환자의 치료나 재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컴퓨터와 같은 실리콘 회로 장치가 생체 친화성이 떨어지는 점에 주목한 연구팀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생체 적응성도 뛰어난 인공 뉴런을 만들기 위해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에 집중했다. 사람의 신경세포는 전기 자극으로 세포 내외의 이온을 치밀하게 제어하는데, 인공 뉴런이 똑같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온 농도로 제어되는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인간의 뇌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컴퓨터 중 가장 복잡하고 뛰어나다”며 “방대한 메모리를 통한 정보처리 능력이 뛰어나며 아주 적은 에너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반면 인간이 만든 슈퍼컴퓨터는 부피가 크고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는 실리콘 기반의 회로에 비해 생산이 용이하고 싸며 전압이 낮아도 되기 때문에 생체 뉴런과 직접 교환할 수 있다”며 “이렇게 개발된 인공 뉴런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파리지옥풀 실험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식충식물인 파리지옥풀은 잎 안쪽에 감각모(sensory hair)라는 솜털이 분포한다. 이것이 일정 시간 내(약 30초)에 두 번 전기 자극을 받으면 세포 내에서 이온이 방출돼 잎이 닫힌다.
연구팀은 고전류로 인공 뉴런을 자극, 높은 발화 주파수를 만들어 내고 잎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인공 뉴런에 의해 파리지옥풀 잎이 닫히는 구조가 재현됐다. 다만 저전류로 자극할 경우, 발화 주파수는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잎이 닫히지 않았다.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향후 의료용 임플란트나 BCI 장비 개발, 나아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소프트웨어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기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생물인 뉴런의 기능을 전류로 모방할 수 있다면 인공지능 기술 개발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뇌에 버금가는 효율성을 실현하려면 시일이 많이 걸리겠지만 소규모 인공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의 완성을 위한 실마리는 풀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