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이 보여준 휴대폰 화면에 장기간 노출된 고릴라가 사람처럼 스마트폰 중독증에 걸렸다.

미국 시카고 링컨파크동물원은 9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아마레(Amare)라는 이름이 붙은 16세 수컷 고릴라의 웃지 못할 사연을 공개했다.

동물원에 따르면 아마레는 관객이 우리 너머에서 보여주는 스마트폰 화면을 ‘공유’하다 그만 중독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바쁘게 넘기는 화면에 호기심이 발동한 아마레는 매칭 프로그램 등 다양한 앱까지 접하면서 스마트폰에 빠져들었다.

지난 6년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아마레는 다른 고릴라들과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겪고 있다. 사육사는 “고릴라는 아주 영리한 동물로 사람들처럼 사회생활을 영위한다”며 “수명이 최대 50세인 고릴라들은 10대에 활발하게 또래와 교류하지만 아마레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마레는 관람객이 동물을 촬영하기 위해 꺼내든 스마트폰을 볼 때마다 과도한 흥미를 보였다. 일부 관람객이 그간 찍은 동물들의 사진들을 보여줄 때면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6년 전부터 관람객이 보여주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아마레 <사진=링컨파크동물원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사육사는 “스마트폰을 계속 보고 싶은 아마레는 자신의 우리에 관람객이 접근하면 유리창에 달라붙어 꼼짝도 하지 않았다”며 “우리 안의 고릴라 동료들과 더 이상 공동생활을 할 수 없게 돼 고립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아마레처럼 젊은 독신 고릴라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동료들과 어울리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사육사는 “10대 고릴라는 다른 개체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고릴라 사회의 규칙을 습득한다”며 “스마트폰에 정신을 팔려 있으면 고릴라 사회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아마레는 또래 수컷 고릴라가 공격적으로 돌진해도 유리 너머 스마트폰에 열중하느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동물원은 아마레와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넓히는 한편,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별도의 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사육사는 “아마레뿐 아니라 같은 우리에 머무는 다른 수컷 고릴라 세 마리도 스마트폰 중독 초기”라며 “고릴라들이 유리 너머로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볼 수 없는 장치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DNA의 98%가량이 사람과 일치하는 고릴라는 지능이 아주 뛰어나다. 특히 모방에 능하고 집중력이 높아 종종 사람들 흉내를 내거나 도구를 만들기도 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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