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체의 진화를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오리온자리 1등성인 적색초거성 베텔기우스(Betelgeuse)의 광량이 크게 줄어든 것은 표면의 대규모 질량 방출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안드레아 듀프리(83) 박사는 2019~2020년 대폭적인 빛 감소가 관측된 베텔기우스에 관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에 따르면 2년 반 전의 베텔기우스의 감광 현상은 관측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물질 대방출 때문에 야기됐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2019년부터 2020년에 걸친 베텔기우스의 광량 변화 <사진=유럽남천천문대(ESO) 공식 홈페이지>

듀프리 박사는 “베텔기우스는 원래 약 400일 주기로 밝기가 변하는 맥동변광성(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이라며 “2019년 말~2020년 초 밝기가 1.65등까지 내려가면서 초신성 폭발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천문학계에 파다했다”고 전했다.

센터는 허블우주망원경 등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베텔기우스의 광구에서 일어난 대규모 표면 질량 방출(Surface Mass Ejection, SME)이 급속한 감광의 원인이라고 결론 내렸다. 빛이 감소하기 약 1년 전 SME가 발생한 탓에 지구로 치면 달 몇 개 분량의 질량이 손실됐다는 설명이다.

듀프리 박사는 “당시 SME는 베텔기우스 내부의 대류에 의해 발생한 직경 160만㎞ 넘는 플룸(상승류)이 원인일 것”이라며 “SME로 방출된 플라즈마는 팽창한 베텔기우스 대기를 따라 1년 가까이 이동하면서 온도 하강에 따라 먼지 구름을 형성했고, 이것이 천체 일부를 가려 감량 감소가 관측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SME 발생 이후 베텔기우스의 밝기를 4단계로 나눈 일러스트(위). 아래는 400일 변광 주기 곡선(파란색)과 실제 관측된 베텔기우스의 광도 곡선(빨간색)이다. 대감광과 그 이전 감광은 400일 주기로 일어났지만, 그 후 이런 주기가 깨졌음을 보여준다. <유럽우주국(ESA) 공식 홈페이지>

항성은 질량 일부를 항성풍 등의 형태로 방출한다. 태양의 경우 태양풍으로 질량을 덜어내고 있다. 태양 코로나에서 플라즈마가 표출되는 코로나 질량 방출(Coronal Mass Ejection, CME)도 가끔 일어난다.

질량과 지름이 태양보다 각각 16.519배, 약 750배로 추정되는 거대한 베텔기우스에서 일어난 SME는 태양의 전형적 CME에 비해 4000억 배나 규모가 큰 것으로 센터는 예상했다. 듀프리 박사는 “항성 표면에서 이렇게 많은 물질이 분출된 경우는 지금까지 관측된 적이 없다”며 “SME는 CME와 전혀 다른 현상일 가능성도 생각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센터는 SME의 영향이 대규모 감광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봤다. 감광 후 약 400일이던 베텔기우스의 변광 주기 역시 깨졌다고 판단했다. 듀프리 박사는 주기적 맥동을 가져오는 베텔기우스의 대류 셀(대류에 의한 순환류를 만드는 영역의 최소 단위)이 세탁물 균형이 깨진 세탁기 같은 상태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허블우주망원경 등으로부터 얻은 스펙트럼은 베텔기우스 외층이 원래대로 돌아와 있을 가능성을 나타내지만 그 표면은 젤리처럼 진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2019~2020년 사이의 베텔기우스 대감광을 묘사한 상상도 <사진=ESO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Artist’s animation of Betelgeuse and its dusty veil' 캡처>

박사는 다만 SME가 반드시 초신성 폭발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할 수는 없으며, 베텔기우스의 불안정함 또한 폭발이 가깝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베텔기우스 등 적색 초거성 연구를 통해 생애를 마감하고 있는 항성의 이해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지구종말론의 떡밥으로도 유명한 베텔기우스에 대한 연구는 항성 중에서도 활발한 편이다. 2019~2020년 대감광 현상에 대한 논문 역시 여기저기서 나왔다.

유럽우주국(ESA)은 지난해 6월 베텔기우스의 감광이 어떤 이유로 천체 대기에 형성된 대규모 먼지 구름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일본 도쿄대학교 연구팀은 그로부터 1년 뒤 낸 논문에서 먼지 구름뿐 아니라 베텔기우스 표면 온도 자체가 어떤 이유로 내려가 감광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듀프리 박사의 연구는 이들의 추측을 모두 입증한 성과로 평가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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