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빛에 노출된 쥐에게서 뚜렷한 통증 경감 효과가 확인됐다. 뇌 수용체의 작용 결과로 밝혀졌는데, 쥐가 아닌 다른 동물에도 적용 가능할지 관심이 쏠렸다. 

중국 푸단대학교 연구팀은 7일 국제 학술지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게재된 논문에서 녹색 빛이 뇌 속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활성화해 통증을 크게 덜어준다고 주장했다.

오피오이드 수용체는 동물 세포에 흔히 분포하는 막 단백질(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오피오이드의 1차 작용점으로 기능하며, 이를 활용한 진통 효과를 알아보는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오피오이드 합성화합물 중독이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오피오이드 화합물은 진통 작용으로 유명하지만 남용하면 중독되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연구팀은 녹색 빛을 활용한 광선요법이 오피오이드 같은 중독 문제도 없고 가격도 저렴해 얼마든 진통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녹색 빛을 쬐면 통증이 상당히 경감된다는 쥐 실험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사진=pixabay>

녹색 빛을 보는 것만으로 만성 편두통이나 섬유근통증이 완화되는 보고는 그간 몇 차례 있었다. 그 메커니즘 자체에 집중한 연구팀은 관절염을 앓는 실험 쥐에 녹색 빛을 조절해 쬐는 방식으로 통증 경감 정도를 살폈다.

먼저 쥐의 시야 전체가 차도록 녹색 빛으로 비추자 분명 통증을 느낄 때 보이던 몸짓이 줄었다. 연구팀은 쥐의 망막 속 어떤 유형의 광수용체가 이런 효과의 스위치인지 알아내기 위해 색깔을 감지하는 추체세포를 일부러 파괴했다. 그 결과, 쥐에게 나타나던 녹색 빛의 진통 효과는 싹 사라졌다.

다만 빛의 강약을 느끼는 간체세포나 제3의 광수용세포로 불리는 내인성 광감수성 망막신경절세포(ipRGC)를 파괴할 때는 녹색 빛의 진통 효과가 그대로 유지됐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녹색 빛에 의한 진통 효과가 우선 추체세포에서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조사 관계자는 “추체세포가 보내는 신호를 진통 효과로 연결하는 신경 경로를 알아봤다”며 “영상을 이용한 실험에서 추체세포가 녹색 빛을 검출하면 감각정보 중계기지 격인 바깥쪽 슬상체로 정보를 차례차례 전송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눈 속 추체세포가 보내는 신호를 뇌로 연결, 진통 효과를 발휘하는 메커니즘이 최신 연구에서 밝혀졌다. <사진=pixabay>

이어 “이렇게 되면 신경세포가 통증 제어를 담당하는 배측봉선핵과 소통하게 된다”며 “이 통신 과정에 프로엔케팔린(PENK)이라는 신호 전달 단백질이 사용되는데, 이것이 변환되면서 최종적으로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한다”고 덧붙였다.

암 등 강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병에 처방하는 모르핀은 오피오이드 계열 진통제다. 모르핀의 강력한 진통 효과는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결합함으로써 발휘되는데, 녹색 빛이 이런 원리와 같이 통증을 줄여준다는 것이 연구팀 결론이다.

조사 관계자는 “실험은 어디까지나 쥐를 대상으로 했기에 인간 등 다른 생물에서도 같은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실험 결과는 뇌의 신호 전달 경로를 이용해 통증을 줄일 수 있다는 기존 가설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그 가능성을 입증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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