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벌써 저물어 갑니다. 올해는 유독 사람들을 놀라게 한 과학 이슈가 많았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2022년 기억할 만한 과학계 발견과 신기술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①증강현실 렌즈, 눈으로 들어온 가상세계
②토성 고리, 사라진 위성 작품이라고?
③역사적인 첫 소행성 물리 타격 실험 
④인류, 10년 안에 달에서 살게 되나
⑤우주 관측 패러다임 바꾼 제임스웹

지난 2017년 8월 NASA가 공개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제작 과정. 지난해 성탄절 발사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올해 7월 12일 첫 관측 이미지를 공개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13조원이 투입된 차세대 우주 관측 장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지난해 과학계 가장 큰 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1년 12월 25일 발사된 이 장비는 지난 7월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정례 행사에서 첫 사진을 공개하며 역사에 남을 데뷔 무대를 가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운용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과학 관측을 통해 얻은 최초의 고해상도 이미지는 은하단 ‘SMACS 0723’을 담았다.

‘SMACS 0723’은 남쪽 하늘 날치자리 방향으로 약 42억4000만 광년 떨어졌는데,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총 6개 필터를 활용해 얻은 적외선 이미지에 빨간색과 오렌지색, 녹색, 파란색을 착색해 장대한 은하단 사진이 완성됐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은하단 'SMACS 0723'의 고해상도 이미지. 중력렌즈 현상까지 선명하게 포착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은하단은 무수한 천체와 가스 등의 집합체인 은하가 수백~수천 개 모여 형성된다. 그 엄청난 질량에 의해 시공간이 왜곡되면서 지구에서 볼 때 은하단 안쪽 천체에서 나온 빛의 진행 방향이 휘어지는 중력렌즈 현상이 확인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은하단 ‘SMACS 0723’ 사진은 가늘고 길게 비틀어진 중력렌즈 효과의 흔적이 여럿 관찰된다. 30년간 우주를 탐사한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같은 은하단 사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해 제임스웹의 성능을 실감하게 된다.

‘SMACS 0723’ 이미지 촬영에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카메라 ‘NIRCam’이 사용됐다. NASA에 따르면, 사진은 지금까지 포착된 적이 없는 어두운 천체를 포함한 수천 개의 새로운 은하를 담고 있다. 심지어 130억 광년 이상 앞에 있는 천체도 찍혔을 가능성이 있다.

아름다운 용골자리 성운의 'NGC 3324' 영역 확대 사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첫 공식 관측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불과 하루 뒤 아름다운 용골자리 성운(Carina Nebula)과 봉황자리 방향으로 약 115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 ‘WASP-96b’, 팔렬성운(Eight-Burst Nebula) 또는 남쪽고리성운으로 불리는 ‘NGC 3132’, 페가수스자리 방향의 5개 은하 ‘스테판 5중주(Stephan's Quintet)’의 또렷한 이미지를 공개, 학자들은 물론 우주 마니아들을 설레게 했다.

7월 14일에는 목성 사진도 공개됐다. NASA 탐사선 주노(JUNO)가 목성에 근접해 촬영한 영상만큼은 아니지만, 원거리에서 이 정도 해상도의 목성 사진을 촬영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성능에 학계는 흥분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잡은 목성과 위성들의 사진은 여러 소행성의 스펙트럼까지 포함했다. 이는 이 장비가 탐사 과정에서 전례 없이 세세한 정보를 담은 이미지와 스펙트럼을 생성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수레바퀴은하'와 두 개의 위성은하. 근적외선 카메라 및 중간 적외선 장치가 동원됐다. <사진=NASA·ESA·STScI 공식 홈페이지>

11일 뒤인 7월 25일,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 분석 결과, 관측 사상 지구에서 두 번째로 멀리 떨어진 천체를 특정했다고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다.

8월 2일에는 NASA와 ESA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수레바퀴 은하’의 환상적인 자태를 선보였다. ‘수레바퀴 은하(Cartwheel galaxy, ESO 350-40)’ 사진은 제임스웹에 장착된 근적외선 카메라 ‘NIRCam’를 비롯해 중간 적외선 장치 ‘MIRI’를 사용한 이미지를 기초로 작성됐다.

‘수레바퀴 은하’는 과거 허블우주망원경도 관측한 적이 있지만 허블이 주로 이용하는 가시광선은 티끌에 가려지기 쉬워 해상도가 떨어졌다. 우주먼지에 가려지지 않는 적외선을 이용해 별들과 별 형성 영역을 구분할 수 있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천천히 변화하는 ‘수레바퀴 은하’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까지 인류에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NIRCam, NIRSpec, MIRI를 사용해 포착한 타란툴라 성운(독거미 성운)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후에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독거미 성운의 활발한 별 형성 과정을 잡아냈고,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짙은 우주 먼지와 가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배후의 수많은 천체까지 선명하게 보여줬다. 9월 27일 NASA가 실행한 소행성 충돌 실험 ‘DART’ 미션 과정도 생생하게 포착했고,

10월에는 두 은하가 상호작용하면서 하나로 합쳐지는(은하 IC 1623) 극적인 우주 이벤트도 일반에 공개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1월 4일에는 ‘NIRCam’을 이용해 촬영한 토성의 제1위성 타이탄 사진도 선보였다.

학계는 데뷔 약 5개월 만에 우수한 성능을 입증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그간 우리가 몰랐던 은하와 천체의 비밀을 여럿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ASA는 “‘케플러-138’ 등 외계행성과 사이에 해비터블 존을 형성한 항성들이 여럿 존재하는 만큼, 향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정밀 관측을 통해 외계 생명체의 존재에 관한 연구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nt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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