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돼지 엉덩이를 닮아 돼지엉덩이벌레(Pigbutt worm)로 명명된 희귀한 심해 생물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새롭게 드러난 돼지엉덩이벌레의 생태 정보가 미국 해양생물학자들에 의해 공개됐다.

미국 몬터레이만해양연구소(MBARI)는 14일 공식 채널을 통해 캘리포니아 바다에서 발견된 돼지엉덩이벌레의 생태에 관해 새롭게 알아낸 사실들을 소개했다. 

길이 약 2.1㎝인 돼지엉덩이벌레는 반투명한 몸체가 특징이다. 2001년 처음 발견됐는데, 그간의 연구를 통해 갯지렁이의 동료인 환형동물로 판명됐다. 학명은 채톱테루스 푸가포시누스(Chaetopterus pugaporcinus)다.

기묘한 형태의 심해 환형동물 돼지엉덩이벌레. 발견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번식 방법 등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다. <사진=MBARI 공식 홈페이지>

MBARI 관계자는 "돼지엉덩이벌레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만이나 영국 해협의 채널 제도 심해를 부유하며 유기물을 먹고 산다"며 "아주 작은 생물이지만 실은 진화가 한창인 흥미진진한 생물"이라고 전했다.

이어 "2001년 몬터레이 만 수심 200~1000m(주로 서식하는 깊이는 820~2200m로 생각됨)의 심해에서 채취된 돼지엉덩이벌레 8마리는 학자들의 지속된 연구로 6년이 지난 2007년 환형동물로 인정을 받았다"며 "돼지엉덩이벌레는 아직 밝히지 못한 부분이 많은 미스터리한 심해 생물"이라고 덧붙였다.

돼지엉덩이벌레의 DNA를 분석한 MBARI에 따르면, 이 생물은 현재도 진화가 한창이다. 해저에 은신처를 스스로 만들어 그 안에서 생활하며, 마린 스노우(marine snow), 즉 수생생물의 사체나 배설물 입자를 먹는다. 먹이활동을 할 때는 은신처 외부로 나온다.

MBARI 관계자는 "최근 밝혀진 새로운 사실은 이들이 자유롭게 물속을 헤엄칠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뿐이라는 것"이라며 "성체가 되면 몸이 풍선처럼 불어난 배를 부낭 삼아 부유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환형동물들과 달리 돼지엉덩이벌레는 진화 과정에서 부유 생활을 택한 듯하다"며 "살아있는 샘플 조사에서는 이 심해 생물의 몸이 이따금 푸르게 빛나고, 생물발광(바이오루미네선스)으로 추측되는 녹색 점액을 분비해 포식자를 막아내는 것도 알아냈다"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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