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동물이 인간에 옮기는 사례보다 사람이 동물에 감염시키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14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들의 연구 내용은 지난달 국제 생태진화 학술지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먼저 소개됐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으로 박쥐나 쥐, 새 등 동물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 불안감이 높지만 사실 많은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동물로 옮겨간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 감염은 사람에서 동물로 전파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영화 '컨테이젼' 스틸>

연구에 참여한 루시 반 도프 교수는 “여러 바이러스의 게놈을 분석한 새 연구에서는 바이러스가 새롭게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패턴보다 사람에서 동물로 감염되는 패턴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 사회를 위협하는 신종 감염병의 대부분은 동물의 체내를 순환하는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됨으로써 발생하는 건 맞다”면서도 “이러한 인수공통감염병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과대 해석되는 반면, 사람으로부터 동물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공적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200만 개의 바이러스 게놈 분석이 가능한 툴을 개발한 연구팀은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32개 바이러스 집단에서 진화와 숙주 이동에 대한 역사를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게놈의 어느 부분이 숙주 간 이동 중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조사했다.

동물 입장에서는 사람이 바이러스를 옮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만하다. <사진=pixabay>

그 결과 바이러스의 새로운 숙주 적응이 발생할 가능성은 사람에서 그 밖의 동물로의 감염이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감염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이 패턴은 분석한 대부분의 바이러스 집단에서 확인됐다.

루시 반 도프 교수는 “인간은 어디까지나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동물의 하나이며, 바이러스의 대규모 숙주 네트워크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인간을 인수공통감염병의 수용자가 아니라 병원체를 끝없이 교환하는 광대한 숙주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런 인식 전환이 바탕이 된 동물 및 인간 사이의 바이러스 확산 조사·감시 활동이야말로 바이러스의 진화를 보다 면밀히 이해하고, 미래의 신종 감염병 발생이나 유행에 대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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