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의 약 200분의 1로 얇은 세계에서 가장 가는 파스타가 개발됐다. 스파게티를 포함한 파스타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면발인데, 이번에 등장한 것은 음식이 아닌 전분 나노섬유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26일 실험 보고서를 내고 인간의 머리카락 대비 약 200분의 1로 상당히 가는 나노 파스타(Nanopasta)를 소개했다.

나노 파스타는 전술한대로 전분을 이용해 뽑아낸 나노섬유다. 차세대 재료로 각광받는 나노섬유는 기존 섬유와 전혀 다른 기능을 가지며, 굵기는 대개 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한 초극세사다.

전분을 이용해 만들어진 나노섬유 나노 파스타 <사진=UCL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나노섬유는 다양한 분야에서 유망하지만 추출 및 정제 과정에 수자원 등 막대한 에너지가 들어 환경 부담이 상당하다"며 "가급적 환경에 주는 부하가 덜한 방법으로 생산할 나노섬유를 찾던 중 전분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이어 "32℃로 데운 포름산에 17중량퍼센트의 밀가루를 4시간에 걸쳐 천천히 녹였다"며 "이 과정에서 밀가루 속 전분이 융해하면서 전분의 수산기(OH로 나타나는 원자단)가 포름산 에스테르(폼산에스터) 변화했고, 1시간 냉각하자 전계방사에 적합한 점도의 용액이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해당 용액으로부터 평균 직경이 372㎚에 불과한 나노 파스타를 뽑아냈다. 나노 파스타는 접촉각(액체가 고체 표면에서 이루는 각도)이 53°로 물과 친화성이 높아 물방울을 떨어뜨리자 불과 몇 초 만에 흡수했다.

나노 섬유는 산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신소재지만 제조 시 환경에 부하가 걸린다. <사진=pixabay>

전분 나노섬유를 제조하기 위해 기존에는 많은 물과 전력, 그리고 여러 화학물질에 의한 처리가 필요했다. 이번에 발표된 방법은 밀가루를 사용하므로 여러 공정을 생략할 수 있어 환경 친화적 제작이 가능하다.

실험 관계자는 "나노 파스타는 밀가루와 포름산만 사용하고 온도와 시간을 관리하는 비교적 간단한 공정이 특징"이라며 "제작비 절감이나 생산 효율 향상이 기대되는 나노 파스타는 뛰어난 생체 적합성과 생분해성, 친수성으로 창상 치유나 약물 전달 등 의료용 재료나 여과막, 전극으로 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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