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가 무서운 사람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소식이 미국에서 들려왔다. 생화학자들이 주삿바늘 대신 치실로 약물을 체내에 주입하는 신기한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텍사스공과대학교(TTU) 생화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 최신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실험 보고서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살을 파고 들어가는 주삿바늘을 무서워하는 이들을 위해 약물을 고통 없이 효율적으로 체내에 주입할 방법을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치실 형태의 새로운 약물 주입 방법을 만들어냈다.

치실을 이용해 약물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이 생화학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사진=인공지능(SORA) 생성 이미지>

연구팀이 제작한 일명 백신 치실은 일반 치실처럼 치아 사이에 끼워 움직이는 것만으로 불활성화 백신과 단백질을 체내에 공급한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연구팀은 이미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했다.

TTU 생화학자 로한 인그롤 박사는 "단백질로 코팅한 치실을 쥐의 이빨 사이에 쓱쓱 문질렀더니 단백질의 75%가 잇몸에 흡수됐다"며 "2개월 후 쥐의 항체 레벨이 전반적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백신 치실의 효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쥐 50마리를 모으고 2주 간격으로 3회 인플루엔자 백신 치실을 사용했다. 마지막 치실 적용 후 4주가 지난 시점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주입했더니 백신 치실을 쓴 쥐는 모두 살아남았지만 미적용 쥐는 죄다 죽었다. 백신 치실을 이용한 쥐의 골수에서 인플루엔자 항체를 검출한 연구팀은 백신 치실을 통한 면역 시스템이 효과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주사는 경구투입과 더불어 약물을 체내에 주입하는 전통적인 방법이지만 통증 때문에 꺼리는 이가 많다. <사진=pixabay>

로한 박사는 "현재 백신 치실을 인간에 실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식용 물감으로 코팅한 치실을 건강한 남녀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식용 물감의 약 60%가 잇몸 내부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이어 "피실험자들은 대체로 백신 치실을 따끔한 주사보다 선호했다"며 "치실이 익숙한 이들은 백신 치실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는 등 대체적으로 호의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쥐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인체에 해를 주지 않고 약물을 효율적으로 체내에 공급하는 인간용 백신 치실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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