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통증을 멈추게 하는 뇌 속 스위치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스위치를 작동하는 것은 배고픔과 갈증, 공포 등으로 파악돼 이를 응용한 치료법이 개발될지 시선이 모였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와 스크립스연구소(SR) 공동 연구팀은 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실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만성 통증은 사람을 지치기 만드는 괴로운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약 5000만 명이 만성적인 통증에 시달리며, 치료 불가능한 상태가 수십 년에 걸쳐 계속된다.

펜실베이니아대 신경학자 니콜라스 베틀리 부교수는 "만성 통증은 단순한 부상이 아니라 뇌 입력이 과다해 벌어지는 과민 증상"이라며 "그 입력을 멈추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나은 치료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원인도 모르고 지속되는 만성 통증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세포나 조직, 배양액의 칼슘 이온 농도를 광학적으로 보여주는 칼슘 이미징 기술을 이용, 만성 통증을 가진 사람의 뉴런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뇌간 외측에 존재하는 Y1수용체(Y1R)를 발현하는 뉴런군이 일시적인 통증에 반응할 뿐만 아니라 통증이 지속되는 동안 안정적으로 발화하는 것을 알아냈다.

니콜라스 부교수는 "신경과학자들은 이 상태를 긴장성 활동이라고 한다. Y1 수용체 뉴런군에서 긴장성 활동은 엔진의 공회전과 같다"며 "이들 뉴런군은 통증 징후가 약해져도 통증 신호를 공회전하는 엔진처럼 계속 울린다. 이 지속적인 활동이 사고나 수술 후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통증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배고픔이나 갈증, 공포와 같은 생존 욕구와 관련된 상태가 만성 통증을 줄일 가능성도 발견했다. 스크립스연구소는 일찍이 더 심각한 다른 욕구가 존재할 경우 지속적인 통증이 차단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운 바 있다.

심한 배고픔이나 갈증, 공포감에 사로잡힌 인간은 만성 통증을 느낄 여유가 없다. <사진=영화 '컨저링' 스틸>

니콜라스 부교수는 "뇌에는 통증보다 생존 요구를 우선하는 구조가 내장돼 있고, 그 전환을 담당하는 뉴런이 바로 만성 통증을 가라앉힐 스위치"라며 "이번 연구에서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 신경펩타이드Y(NPY)가 그 스위치임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신경펩타이드Y는 뇌가 상반된 욕구를 처리할 때 일하는 신호 분자다. 실험 결과 공복감이나 공포감이 우선시될 때 이 물질이 Y1 수용체에 작용해 지속되는 통증 신호를 약화했다. 오래 굶주리거나 포식자가 들이닥쳤을 때 만성 통증을 느낄 여유가 없도록 우리 뇌가 설계됐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Y1 수용체의 신경 활동을 바이오마커로 활용해 만성 통증 치료법을 개발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분명 아픈데 병원에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 손상 부위는 신경이 아니라 뇌의 신경 회로 자체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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