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동안 호수에 잠긴 이탈리아 중부의 마을이 고고학자들의 노력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청동으로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 평범한 일상을 살던 주민들은 마을이 호수에 잠기면서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라치오 유물관리국(SABAP)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라치오 비테르보도에 펼쳐진 메차노 호수 바닥에 대한 발굴 조사에서 3000년 전 수몰된 마을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마을은 호수 바닥에 파묻힌 나무기둥과 유물 일부가 조금씩 확인되며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SABAP 고고학 연구팀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메차노 호수는 마을의 번영을 이끌었지만, 결국 마을을 삼킨 것으로 결론 내렸다.
흡인 호스를 이용해 점토질 퇴적물을 조금씩 걷어내자 호수 바닥의 진흙 속에서 가옥을 지탱하는 나무기둥들이 차례로 드러났다. 그 수는 600개가 넘었다. SABAP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려 대대적인 발굴에 나섰다.
조사 관계자는 "잠수부들이 파악한 나무기둥의 위치를 바탕으로 마을의 전체적 구조를 매핑했다"며 "지금까지 작업을 통해 마을 전체의 약 3분의 1 면적의 지도가 작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기둥의 깊이는 2.5m에서 10m에 달해 마을이 존재할 당시 메차노 호수 바닥의 지형과 수위가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며 "호수 바닥의 점토 속에서는 도끼 조각과 창끝, 브로치, 반지, 바늘, 낫 등 청동 도구 25점이 나왔는데, 모두 3000년 전의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을 만큼 정교했다"고 덧붙였다.
마들 한쪽에서는 청동을 녹여 도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주괴도 나왔다. 즉 이 마을에는 금속을 전문 가공하는 공방이 있던 것으로 연구팀은 봤다. 발굴된 청동기 몇 점에 불에 그을린 자국이 남은 점에서 화재로 불 탄 도구가 호수에 가라앉았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다만 이 화재가 화산 폭발에 의한 것인지, 마을에서 일어난 화재인지 확실하지 않다.
조사 관계자는 "이 마을은 기원전 1700년부터 기원전 1150년까지 약 600년간 번성한 청동기시대 마을"이라며 "화산 폭발로 생긴 호수 옆에 촌락이 구성됐지만 어떤 이유로 마을이 호수에 잠긴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호수의 점토가 마을을 뒤덮어 도구나 집터 등이 상당히 양호한 상태"라며 "3000년을 거슬러 호수 바닥에서 되살아난 마을은 선인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이해하는 소중한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