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인이 축조한 약 3000년 전 건축물에서 우주의 구조를 새긴 유물이 발굴됐다. 학계는 마야문명이 싹트기 전 세계관과 인간의 지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고고학자 이노마타 타케시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5일 자에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멕시코 남동부 타바스코주에 자리한 약 3000년 된 마야 유적 아과다 페닉스(Aguada Fenix) 조사 과정에서 기묘한 구조물과 마주했다. 유적 중심부 건물에 십자 모양으로 구축된 계단식 구조물은 발견 초기 그 용도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이노마타 교수는 “기원전 1050년 완성돼 약 300년간 사용된 아과다 페닉스 유적의 중심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거대한 기단이 자리하고 남북과 동서로 큰길이 났다”며 “기단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십자형 계단식 구조물의 내부에는 비취 등으로 만든 장신구와 의식용 유물이 보관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야인 유적 아과다 페닉스의 중심부에서 발굴된 십자형 구조물 <사진=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애리조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이노마타 타케시>

수수께끼의 십자형 구조물은 태양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바탕으로 설계됐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즉 우주의 구조를 지상에 표시해 별의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지었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이노마타 교수는 “십자형 구조는 마야인이 우주를 중앙에서 뻗은 사방의 형태로 파악했음을 보여준다”며 “아과다 페닉스 유적의 전체상 역시 십자형 구조물을 확대한 형태”라고 전했다.

이어 “아과다 페닉스 유적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 중 마야문명권에서 가장 오래됐고, 그 규모는 후대의 고대 도시들을 능가한다”며 “구조물의 동서축은 현재 달력으로 10월 17일과 2월 24일 아침해가 뜨는 방향과 일치했다. 훗날 개발된 마야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십자형 구조물 중심부에서 나온 유물들. 지배자나 계급을 의미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진=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애리조나대학교 공식 홈페이지·이노마타 타케시>

연구팀은 3000년 전 마야인들이 태양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했다고 봤다. 이런 생각은 마야나 아즈텍에서 중요시되는 260일 주기의 달력으로 발전했으며, 아과다 페닉스는 우주와 시간을 연결한 최초의 건축물일지 모른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남북 약 9㎞, 동서 약 7.5㎞ 규모로 티칼이나 테오티우아칸 등 후대 메소아메리카 도시보다 큰 아과다 페닉스에서는 지배자나 계급을 의미하는 유물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노마타 교수는 “당시 사람들은 종교적 의식이나 공동체 활동을 자발적으로 한 듯하다”며 “강제 노동으로 구축된 이집트 피라미드와 달리 사람들이 협동해 만든 유물이라는 점이 상당히 특별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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