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말의 표정에서 고통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과 브라질 공동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사람은 말의 표정에서 통증과 고통을 읽는 데 상당히 서툴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Anthrozoos에 먼저 소개됐다.
영국 앵글리아러스킨대학교와 본머스대학교,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동물행동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인간이 말의 통증이나 불쾌감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는지 실험에 나섰다. 인간과 4000년간 동고동락한 말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중요한 동물이지만 관련 연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얼굴 표정을 통한 통증 파악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말을 돌본 적이 없는 무경험자와 오랜 세월 말을 접한 승마 애호가 총 100명을 모았다. 이들에게 말과 인간의 얼굴 사진을 각각 30장씩 보여주고 거기에 통증 사인이 있는지 판단하게 했다. 이후 각 답변을 동물행동학 관점에서 분석했다.
본머스대학교 니콜라 그레고리 연구원은 “이번 실험에서 말의 고통은 인간에 전달되기 어려운 것으로 판명됐다”며 “피실험자들은 인간의 얼굴에 뜬 통증은 쉽게 알아챘지만 말의 사진에서는 아픔을 읽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이 말의 통증을 얼마나 인식하는지는 지금껏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 말과 그토록 오래 지냈지만 인간에게 그들의 고통은 관심 밖이었다”며 “더욱이 말은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아픔을 숨기는 습성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말을 돌본 경험이 많은 피실험자들일수록 사진만으로 통증을 검출할 확률이 높았다. 일부 피실험자는 귀의 위치나 눈의 각도 변화, 근육의 긴장 같은 미묘하지만 중요한 사인을 놓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말의 고통에 대한 인간의 관심 자체가 적었고, 말 특유의 포커페이스 때문에 질병을 제때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아쉬워했다. 말의 상태가 위험한 지경에 이를 때까지 통증이 간과되지 않도록 분별법이 개발돼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실험에서는 대인기피증을 앓는 피실험자들의 경우, 말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아프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니콜라 연구원은 “대인기피는 불안한 심리에 기인하고, 이런 사람들은 말을 걱정한 나머지 아무것도 아닌데 ‘아파하고 있다’고 오해한다”며 “우리 실험은 인간의 심리 상태가 보디랭귀지의 해석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진화한 말의 병이나 고통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올바른 지식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며 “말의 표정 변화를 수치화해 통증을 평가하는 호스 그리머스 스케일(Horse Grimace Scale)을 고도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