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군은 2000년 전 고양이를 쥐 잡을 용도로 육성했으며, 이 영향으로 유럽에 고양이가 유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탈리아 토르베르가타로마대학교 연구팀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먼저 소개됐다.
고양이가 유럽에 진출한 시기를 조사하던 연구팀은 로마제국 군대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여러 문헌과 유적 발굴 보고서를 분석한 연구팀은 로마군이 유럽 원정 때 식량에 피해를 입히는 쥐를 구제하기 위해 고양이 부대를 대동한 사실을 알아냈다. 고양이는 로마군이 정비한 군용 도로를 이동 경로로 삼아 단숨에 유럽에 확산했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마누엘 디 마르티노 박사는 "고고학자들은 당초 레반트 지역 사람들이 약 9500년 전부터 고양이를 가축화했다고 여겨왔다'며 "이 시기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시대의 개막과 겹친다. 농경민이 저장한 곡식은 쥐 등 설치류를 끌어들였고, 이를 구제하기 위해 야생 리비아살쾡이를 기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약 3500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가 대단히 중시됐다. 무덤에서 수많은 고양이 유골이 발견됐고 인간과 함께 식사하는 벽화도 있다'며 "태양신 라의 딸 바스테트는 고양이 형상을 한 여신으로 수호와 다산, 가정의 평온을 상징하는 존재로 숭배됐다"고 언급했다.
그간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서 고양이는 약 6000년 전 신석기시대 농경민과 함께 튀르키예에서 유럽으로 건너갔고, 이후 이집트에도 유입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유전적으로 현대 집고양이와 이집트, 튀르키예의 야생 리비아살쾡이는 서로 다르고, 뼈에 남은 DNA만으로 인간이 기른 고양이인지 야생 개체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연구팀은 과거 1만1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고대 고양이 70마리의 게놈을 분석했다. 샘플은 유럽과 튀르키예 유적에서 발견된 뼈에서 채취했다. 이후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불가리아에 서식하는 현생종 삵 17마리의 정보와 대조 분석했다.
그 결과, 집고양이 계통이 유럽에 정착한 것은 약 2000년 전으로, 예상보다 훨씬 최근의 일임이 판명됐다. 유럽의 고양이는 신석기시대 농경민이 옮긴 것이 아니라, 북아프리카의 리비아살쾡이들이 로마군 이동 경로를 타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고 연구팀은 봤다.
마누엘 박사는 "로마 병사들은 과거 신석기시대 농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군량을 쥐로부터 지키는 쥐잡이 부대로 고양이를 이용했다"며 "이렇게 해서 군과 함께 이동한 고양이들은 서기 1세기경 로마령 브리튼, 즉 현재의 영국까지 건너갔다"고 말했다.
박사는 "유럽과 튀르키예에 오래전부터 존재한 초기 고양이들은 유전적으로는 유럽살쾡이라는 토종 야생종이었다"며 "이들은 나중에 들어온 고양이와 유전적으로 분기했지만 그 배경은 가축화가 아니라 교잡이었다. 즉 인간이 데려온 집고양이와 현지 야생 유럽살쾡이가 만나 새끼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