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하면서 올해 천문현상, 특히 달의 주기(lunar cycle)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예로부터 달이 차고 이지러짐에 따라 사람의 신체리듬이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미치광이를 뜻하는 영단어 루나틱(lunatic)이 괜히 달을 뜻하는 라틴어 루나(luna)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특히 보름달이 신비한 힘을 가졌다는 생각은 제법 오래됐다. 보름달 주기에 맞춰 사람들이 잠을 설친다는 가설이 대표적이다. 이는 학자들 사이의 오랜 논쟁거리인데,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은 2021년 조사에서 달의 주기에 따른 수면시간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조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남미 토바족 98명과 일상적으로 조명을 쓰는 미국 시애틀 거주자 464명을 대상으로 보름달 주기와 수면 패턴 변화를 살폈다. 1개월에 걸친 조사에서 보름달이 뜨기 전 며칠간 수면시간이 줄고 그 이후 늘어나는 패턴이 피실험자 대부분에서 확인됐다.
연구팀은 달 사이클에 따라 인간은 알게 모르게 다양한 수준의 빛에 노출되며, 이런 변화에 우리 몸이 자극을 받는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를 이끈 워싱턴대 호라시오 교수는 “광원이 없다고 가정할 때 밤의 자연광(달빛)이 인간 야간활동과 수면을 조절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다소 차이는 있지만 민족적·사회적·문화적 배경이나 도시화 수준에 관계없이 수면이 달의 주기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실험결과가 산업혁명 이전 인간사회로부터 이어져 온 진화적 적응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호라시오 교수는 “전기가 보급되기 전 사회에서도 환한 달빛 아래서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많은 일을 했다”며 “토바족은 지금도 보름달이 환한 밤이면 대낮과 마찬가지로 사냥이나 낚시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일부 선행 연구들은 보름달 출현을 전후해 며칠 동안 사람들의 수면 습관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줬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수면시간이 약 20분 짧아진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신경학 연구팀 역시 최근 조사에서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피츠버그대 신경학자 요안나 퐁 교수는 "보름달 무렵에 사람의 수면시간이 짧아지는 것은 달의 영향이 맞다"며 "밤이 돼도 밝기 때문에 체내 시계가 영향을 받고 수면에 관련된 호르몬 멜라토닌이 줄어 뇌가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워싱턴대 실험과 다르게 보름달과 수면의 영향이 지역이나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입장이다. 요안나 교수는 "보름달이 수면시간에 미치는 영향은 시골이나 캠핑장 같은 인공 빛이 적은 곳에서 가장 강했다"며 "남성은 달이 차는 시기에 수면시간의 손해를 여성보다 많이 보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달이 사람들의 광기를 불러일으킨다는 민간 전승에 대한 연구도 있다. 보름달 무렵 잠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 정신에 부담을 준다고 여겨진다. 실제 현대과학에서는 수면부족이 정신건강 문제의 강력한 요인으로 꼽힌다. 단 하룻밤의 수면부족도 불안과 기분저하를 야기하고, 연속된 수면장애는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 조현병을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달의 중력에 의한 조석작용, 지구 자기장 및 기압의 변화 등 달이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고찰해 왔다. 다만 어떤 것도 완전히 검증된 것은 없으며, 보름달의 밝음에 따른 수면시간 단축이 가장 유력시됐다.
요안나 교수는 "보름달이 뜬 밤에 안절부절한 경험은 그저 기분 탓이 아닐 수도 있다"며 "보름달이 수면을 방해할 가능성은 충분하며, 현대인은 누운 뒤 곧 자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을 보기 때문에 더욱 수면의 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병오년인 2026년 새해 첫 보름달은 한국 기준 3일 오후 7시4분 밤하늘에 출현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