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암흑의 천체 블랙홀이 시공간을 휘게 하는 현상을 잡아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인슈타인의 예측이 실제로 증명된 첫 사례가 될 가능성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과학원과 영국 카디프대학교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7일 공식 채널을 통해 블랙홀이 시공을 왜곡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생각을 증명한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달 발간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먼저 실렸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에서 회전하는 블랙홀이 주위 시간과 공간을 마치 소용돌이처럼 휘게 만든다고 여겼다. 여기에 동조하는 학자들은 이를 실증하려 했지만 워낙 블랙홀 관측이 어려워 그동안 확증이 없었다.

접근한 천체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상상도. 강착원반이 형성되고 그 수직으로 강렬한 제트가 분출된다고 여겨진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블랙홀이 천체를 삼킬 때 나오는 신호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시공이 질질 끌린다고 의심했다. 이들이 확인한 것은 렌제-티링 세차운동(Lense-Thirring precession) 또는 틀 끌림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대질량 천체가 고속으로 회전하면 그 주위의 시공이 꿀을 휘젓는 숟가락처럼 빙글빙글 끌려 비틀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운동은 아인슈타인이 1913년 이론적으로 예측했다. 몇 년 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요셉 렌제와 한스 티링이 수학적으로 증명해 렌제-티링 세차운동이라는 가설이 탄생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블랙홀의 실제 관측이 어려워 이론 속의 현상으로 남았다.

연구팀은 AT2020afhd라는 천체에서 일어난 드라마틱한 사건에 주목했다. 거대한 블랙홀에 너무 가까이 접근한 별들이 강렬한 중력에 스파게티처럼 길게 끌려 조각조각 부서지는 조석파괴현상(TDE)이 벌어졌다. 파괴된 별의 잔해는 블랙홀 주위에 모여 맹렬한 기세로 회전하는 강착원반을 형성했다. 그 중심부에서 제트가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수직으로 방출됐다.

블랙홀 주위를 도는 강착원반의 상상도. a, b, c는 각각 원반의 안쪽이 약간 흔들리는 이론상의 현상을 묘사했다. 이 흔들림은 블랙홀을 둘러싼 물질의 회전 방향의 변화를 의미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강착원반과 제트가 어떻게 연동해 움직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닐 게렐스 스위프트 천문대와 미국 초대형 전파망원경군 VLA의 관측 데이터를 교차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의 강착원반과 그곳에서 뻗어 나오는 제트가 20일 주기로 함께 흔들리는 점을 알아냈다. 카디프대 천체물리학자 코시모 인세라 박사는 "회전하는 팽이가 물속에서 소용돌이를 만들어 주변의 물을 끌고 다니는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라며 "AT2020afhd가 발하는 신호는 단기간에 복잡하게 변화했는데, 이것이야말로 블랙홀이 시공을 멋대로 왜곡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블랙홀은 직접 관측이 최근에야 이뤄졌고, 상세한 형상은 아직 이론에 머물러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블랙홀 역시 여러 과학자의 자문을 받아 만들어낸 산물이다. 이번 연구가 고속 회전하는 물체가 주위에 영향을 준다는 물리학 법칙을 증명한 첫 사례로 인정될지 주목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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