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같은 보온병(텀블러)을 사용한 대만 남성이 납중독으로 사망하면서 충격파가 번졌다. 보온병은 몇 시간이 지나도 내용물의 열을 유지하는 일상적인 아이템이지만, 사용 방법이 잘못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대만 신장내과 전문의 홍융샹(홍영상)은 최근 TV쇼에 출연해 납중독으로 죽은 50대 남성의 사인을 설명했다. 남성은 20년 가까이 매일 한 보온병에 커피를 담아 마셨는데, 안쪽 코팅층이 벗겨지고 녹이 슬었지만 그대로 사용하다 건강을 잃었다.

남성은 지난해 차량으로 출근하던 중 의식이 흐릿해지며 상점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병원으로 이송된 남성은 피로가 쉽게 쌓이고 미각이 변했다고 하소연했고 의사는 납중독을 의심했다. 치매와 유사한 증세를 보인 이 남성은 흡인성 폐렴이 발병해 사고 1년 후 숨을 거뒀다.

보온병에 커피 등 뜨거운 음료나 과일주스 등 산성 물질을 오래 담아 사용하면 내부 코팅층이 손상될 수 있다. <사진=pixabay>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왜 보온병에서 납 같은 중금속이 녹아 나오는가'다. 스테인리스강 성분에는 납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납이 포함된 저질 모조 금속을 스테인리스로 속여 판매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보온병 내부에 규정 이하의 얇은 스테인리스 층이 칠해져 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쉽게 흠집이 생기고 코팅이 손상될 수 있다. 납이 함유된 안료가 사용된 제품도 경계해야 한다. 

대만 소비자단체가 2011년 실시한 보온병 조사에서 시판 제품 15개 중 14개에서 가소제가 검출됐다. 가소제는 플라스틱 제품이나 접착제를 부드럽게 만들어 가공하기 쉽게 한다. 보온병의 경우 뚜껑에 사용되는데, 문제의 가소제에서 중금속인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

산성을 띠는 과일주스는 보온병에 오래 담지 말아야 하며, 유리 제품을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pixabay>

저품질 보온병의 경우 내부 소재가 일반 스테인리스강 304·316이 아니며 다른 중금속이 포함된다. 여기서 특히 주의할 것이 납이다. 뜨거운 음료나 산성 액체에 닿으면 쉽게 녹는다. 사람의 체내에 들어가면 중독을 일으키고, 장기간 섭취하면 간이나 신장 등 내장 손상이 진행된다.

보온병이 모든 음료에 적합한 것도 아니다. 수프나 커피, 과일주스 등 지방이나 산성이 포함된 액체는 중금속을 녹일 가능성이 있다. 두유나 우유 등 단백질이 많은 음료는 2시간가량 지나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다. 커피의 경우 장시간 사용하면 보온병 내부가 착색돼 코팅 상태를 알아보기 어렵다. 베이킹파우더 등을 온수와 섞어 넣고 흔들어 착색된 층을 날려야 한다.

의사들은 보온병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내부에 변색이나 녹, 흠집이 발견되면 즉시 교체하라고 권했다. 장기간 섭취에 따른 악영향을 피하려면 이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보온병을 바꾸는 것이 현명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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