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우주의 수수께끼로 불리는 붉은 점은 초대질량 블랙홀을 감싼 가스 고치일지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천문학자 바딤 루사코프 박사 연구팀은 5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작고 붉은 점(Little Red Dots)은 성장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전방위에서 두껍게 둘러싼 고밀도 가스와 먼지 고치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24년 발표한 이 점이 빛을 산란하면서 내부 블랙홀을 실제보다 100배나 크게 보이게 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작고 붉은 점을 처음 잡아낼 당시 천문학자들은 일반 은하 치고는 너무 밝고, 단순한 별들의 모임이라고 보기에 너무 붉어 혼란에 빠졌다. 연구팀은 점이 은하 또는 블랙홀일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루사코프 박사는 “빨간 점이 은하보다는 초대질량 블랙홀일 가능성을 염두에 조사를 진행하면서 모순을 확인했다”며 “은하와 그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의 무게 비율은 1000 대 1이 일반적인데 빨간 점은 내부 블랙홀이 은하 전체 질량의 10%에서 때로는 100%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유치원 교실에 키 180㎝의 아이가 앉아 있는 것처럼 부자연스럽다”며 “우주 탄생으로부터 불과 10억 년 안에 블랙홀이 은하와 같은 무게까지 자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대질량 블랙홀이 거대화하려면 더 긴 세월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돌파구가 된 것은 빛이 닿는 방식에 대한 분석이었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가스는 맹렬한 중력에 의해 가열되면서 빛을 발한다. 이 빛의 선을 조사한 연구팀은 가스가 시속 약 108만㎞로 움직이는 것을 알아냈다.
루사코프 박사는 “빠르게 움직이는 빛은 짙은 안개 같은 가스 고치 안에서 전자에 여러 번 부딪히며 흩어졌다”며 “톰슨 산란과 같이 빛이 여러 번 반사돼 관측 데이터상에서는 가스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다”고 전했다.
박사는 “가스 고치는 블랙홀이 성장할 때 삼키는 고밀도 가스와 먼지로 이뤄지며, 나비의 번데기처럼 블랙홀을 감싸고 있다”며 “두꺼운 가스 고치가 방패 역할을 하면서 블랙홀이 방출하는 X선과 전파마저 가둬버렸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가스 고치에 의한 빛의 산란을 계산한 결과, 블랙홀의 질량 값은 당초 예상보다 100배나 작아졌다. 산출된 질량은 태양의 10만 배에서 1000만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 범주에 속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로 성장 시간이 부족한 초기 우주에 이상한 천체가 존재한다는 모순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학자들은 빨간 점의 실체는 급속히 성장하는 고치 단계의 블랙홀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루사코프 박사는 “우리 연구는 블랙홀이 처음부터 어느 정도 크기로 태어나고,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해명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특히 가스 고치가 은하의 탄생에 주는 영향을 파악할 단서가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