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인도 담벼락에 짓궂은 낙서를 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낙서 행위를 잘 보여주는 이번 발견은 폼페이 유적에서 이뤄졌다.
프랑스와 캐나다 국제 연구팀은 6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의 일부 담벼락에 실로 다양한 내용의 낙서가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서기 79년 베수비오 산의 분화로 비극을 맞은 폼페이의 담벼락 일부 구간을 집중 조사했다. 현대인처럼 2000년 전 사람들도 담장에 뭔가 낙서를 했다고 본 연구팀은 최신 이미징 기술로 비밀에 접근했다.
조사 관계자는 “담장에는 다양한 문장을 비롯해 식물과 동물, 사람의 옆얼굴이 그려졌다”며 “로마제국을 상징하는 검투사의 실감나는 전투 장면도 묘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장을 분석한 결과 2000년 전 선인들은 지금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특정 인물에 대한 칭찬, 욕설, 열렬한 사랑 고백 등 숱한 일상을 담벼락에 새겼다”며 “이는 낙서를 즐기는 인간의 본질이 수천 년 전부터 이어졌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성과는 베수비오 산이 뿜어낸 화산쇄설류에 묻혀 담벼락이 온전히 보존된 덕분에 거둘 수 있었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지만 화쇄류에 묻힌 폼페이는 2000년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대로 남게 됐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가 살펴본 담벼락은 극장 지역과 번화가인 스타비아에를 연결하는 약 27m 구간”이라며 “이 통로의 벽면은 돌과 벽돌 표면을 하얗고 매끄럽게 다듬기 위해 석회를 발라 낙서가 비교적 선명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벽 자체는 230년 이상 전에 발굴됐으나 판독 불가능한 미세한 흔적이 많았다”며 “빛의 반사로 벽의 요철을 시각화하는 최신 이미징 기법으로 이전에 보이지 않던 약 200개의 낙서를 특정했다”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낙서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할뿐만 아니라, 2000년 전 로마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볼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조사 관계자는 “고문서에 담지 못한 은밀한 이야기가 담벼락에는 의외로 많을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