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로 프로젝트 이터(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ITER)가 핵심 시설 제작에 투입될 초대형 로봇팔 고질라를 3월부터 시연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요즘 대세라지만, 고질라는 4m에 달하는 크기와 엄청난 힘 때문에 골수팬을 거느렸다.
고질라는 국제 핵융합로 건설 프로젝트 이터의 주요 설비 중 하나다. 이터는 1985년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안전한 핵융합로를 만들자며 미국 레이건 대통령에 제안하며 시작했다. 현재 프랑스에 건설 중이고 대한민국과 러시아, 미국, 유럽연합, 인도, 일본, 중국이 회원국이다.
이터 핵융합로는 2만 개 넘는 정밀한 부품을 쌓아 올리는 대공사다. 최대 2.3t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고질라는 1억5000만℃의 열을 가두는 핵융합 장치의 부품들을 1㎜ 단위의 초정밀도로 조립한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나며 막대한 열을 내는 것과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연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트리튬)다. 이 원자들이 맹렬한 속도로 충돌해 합체하고, 다른 원자로 변할 때 큰 에너지가 발생한다.
현재 보급되는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를 깨뜨려 열을 얻지만, 핵융합은 원자를 붙이는 정반대 원리를 이용한다. 핵융합은 반응을 유지하기 어려워 장치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정지하며, 원자력발전과 같은 폭주 현상은 없어 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연료를 1억5000만℃, 즉 태양 중심부보다 10배 뜨거운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터는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초고온 플라즈마를 자기장으로 가두는 도넛형 장치 토카막을 적용했다. 시설 내에 설치된 거대한 토카막 핵융합로에서 사용하는 강력한 자석은 영하 269℃ 극저온까지 냉각해 테스트 중이다. 전력 변환 장치에 높은 전압을 가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핵융합로 내부는 두꺼운 금속층이 겹쳐진 복잡한 구조다. 플라즈마 용기의 벽에는 열로부터 장치를 보호하는 차폐 블록과 에너지를 추출하는 블랭킷 부품이 2만 개나 부착된다. 모든 부품을 1㎜ 오차도 없이 정확한 위치에 고정하지 않으면 장치는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절차로 하나씩 부품을 장착하면 완성까지 100년 이상 걸린다. 팀은 24시간 체제, 주 6일 페이스로 끊임없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오는 3월 투입될 거대 로봇 고질라의 힘은 절대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이터의 엔지니어들은 고질라의 교정(캘리브레이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월부터 실제 용광로 내부를 재현한 실물 크기 모델로 테스트를 시작하며, 여기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면 실전에 바로 투입된다.
고질라는 용접, 볼트 조임, 검사 등 30종류 넘는 작업을 자동으로 구분해 진행한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동작을 반복했으나, 고질라는 고성능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사방을 확인하고 상황을 파악한다. 부품을 끼울 때 발생하는 미세한 저항까지 감지해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조정한다.
이터 관계자는 “2.3t의 무게를 들어 올리는 힘을 발휘하면서도 외과수술과 같은 섬세한 조정이 가능한 것이 고질라의 진짜 힘”이라며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핵융합로 건설은 제일 진보한 로봇팔에 의해 착실히 진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질라를 통해 검증된 로봇 기술들은 앞으로 원자로 내부에서 작동하는 더욱 거대한 로봇 설계에 활용될 예정”이라며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는 건설 현장에 초대형 로봇팔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