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체취가 심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우리 몸에 분포한 땀샘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 휴지기를 가지면서 기능이 다소 약화되는데, 봄철 기온이 오르면 다시 활발하게 땀을 배출한다.

재미있는 점은 사람마다 체취가 제각각인 사실이다. 특정 인물이 고유한 체취를 가지는 이유는 다양한데, 이를 알아내기 위해 많은 학자들이 실험과 조사를 거듭해 왔다.

스위스 베른대학교 연구팀이 1995년 진행한 일명 티셔츠 실험이 특히 유명하다. 연구팀은 남성 피실험자 그룹에 이틀간 같은 티셔츠를 입게 하고 향수나 냄새가 강한 음식은 피하게 했다. 이후 각 티셔츠 냄새를 여성 피실험자들에 맡게 했다. 여성들은 대부분 자신과 주조직적합복합체(MHC)가 다른 남성의 냄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몸에서 나는 냄새는 유전자와 박테리아, 음식물,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 <사진=pixabay>

MHC는 면역계의 MHC 분자를 암호화하는 유전자 자리다. 이 분자에는 1형과 2형이 존재하며, 사람의 체취는 그 영향을 많이 받는다. MHC가 체내 단백질 조각과 대사 산물을 바꾸면, 땀의 화학 성분도 달라진다. 이런 특이한 구조는 인류가 자손을 많이 남기기 위해 유전적으로 체득한 신체 메커니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체취의 진짜 생산자는 피부 박테리아다. 인간의 땀 자체는 거의 냄새가 없다. 냄새를 만드는 것은 피부에 사는 미생물이다. 미국 록펠러대학교 미생물 연구팀은 피실험자 겨드랑이에서 채취한 박테리아를 분석해 특정 세균이 땀 속 지방산과 아미노산을 분해하면서 티올(싸이올) 계열의 강한 냄새 분자를 만드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마다 피부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종류와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체취도 사람마다 달라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부 학자는 냄새를 지문처럼 활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고 본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 연구팀은 여러 사람의 겨드랑이 냄새를 화학 분석 장비로 측정한 선행 실험에서 체취를 구성하는 화학물질 조합이 사람마다 달라 지문처럼 개인을 구분하는 패턴이라고 주장했다.

체취도 지문처럼 사람을 특정할 수 있다는 견해가 최근 대두됐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유전자와 미생물 외에 음식과 생활 습관도 체취에 영향을 준다. 마늘, 향신료, 알코올 등은 체내에서 분해된 뒤 땀이나 호흡을 통해 배출되며 냄새를 바꾼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아포크린 땀샘에서 분비된 땀은 단백질과 지방이 많아 박테리아가 분해하기 쉬워 체취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최근 학자들은 체취가 단순한 위생 문제를 넘어 사회적·생물학적 신호일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감정이나 건강 상태가 체취에 반영될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사람들의 냄새는 유전자, 미생물, 음식, 심리 상태, 생활 습관이 함께 만든 복합적인 생물학적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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