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으로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트럭 뒤에 붙은 눈알 스티커가 눈에 들어온다. 단순한 장식처럼 보이지만, 이 스티커에는 심리학과 동물행동학 등 복합적인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
트럭에 다른 것도 아니고 눈알 스티커를 붙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의 주의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눈알 그림이나 스티커가 사람은 물론 동물의 주의반응을 불러오는 사실은 여러 실험에서 입증됐다. 최근에도 영국 연구팀의 갈매기 실험에서 효과가 확인됐다.
엑시터대학교 동물행동학자 로라 켈리 박사 연구팀은 3월 국제 학술지 Ecology and Evolution에 실험 보고서를 내고 눈을 보면 멈추는 동물의 본능적 반응을 이용, 테이크아웃 음식 상자에 아이스폿(eyespot, 눈 무늬)을 그리면 갈매기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야생 유럽재갈매기를 대상으로 실험에 나선 연구팀은 상자에 눈알 스티커를 붙이자 갈매기의 접근과 공격이 최대 50%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동물들은 진화 과정에서 포식자의 시선을 빠르게 감지하고 즉각적으로 회피하는 능력을 고도화했는데, 눈은 포식자의 시선처럼 인식돼 방어행동을 유도한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아이스폿 원리는 자연계에서도 널리 발견된다. 일부 나비의 날개에 들어간 큼직한 눈알 무늬가 대표적이다. 이를 응용한 실험도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팀은 아프리카에서 사육되는 소의 엉덩이에 눈알을 그려 맹수의 습격을 크게 줄인 실험 보고서를 2020년 발표했다. 사자나 표범 등 사육소를 사냥하는 맹수들은 아이스폿을 의식해 소를 덜 공격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효과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선행연구에서 눈 그림이 있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더 정직하게 행동하거나 규칙을 잘 지키는 경향이 확인됐다. 화물트럭이나 덤프트럭 뒤에 눈알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아이스폿이 주는 주의 환기 효과에 착안해 화물차 후미 추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왕눈이 반사지를 2020년 개발했다. 반사지로 만든 왕눈이 반사지는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졸음까지 예방해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간 시인성도 확보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트럭 뒤에 붙이는 눈알 스티커는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무의식적 신호를 주는 아이스폿 효과에 착안했다. 일부 운전자는 불법으로 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눈알 스티커는 인간 심리학과 동물행동학을 결합한 저비용 안전장치로, 버스 같은 대형차량에도 적극 붙이는 추세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