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학은 하루 7~8시간 자야 한다는 생물학적 한계를 전제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군사·의학·뇌과학 연구가 결합되면서 이제 수면시간을 줄이거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병사들 수면 최적화 프로젝트를 지난해 내놨다. DARPA가 떠올린 리스토어(RESTORE) 기술은 제한적 환경에서 수면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히 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수면의 질을 조작해 3시간 수면으로도 인지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DARPA는 비침습적 신경자극과 수면 단계의 정밀 제어, 뇌의 회복 기능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군인들은 작전 중 하루 3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많으며, 리스토어 프로젝트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DARPA는 병사의 잠을 조절해 임무 수행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다각적으로 개발 중이다. <사진=pixabay>

DARPA는 202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와 연계해 생체시계를 임의로 조절하는 체내 임플란트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제각각인 병사들의 수면 패턴을 임무에 맞춰 조절하기 위한 장치로, NTRAIN(Normalizing Timing of Rhythms Across Internal Networks of Circadian Clocks)으로 명명됐다.

이름 그대로 생체시계 리듬을 임의로 조정하는 NTRAIN의 핵심은 수면 펩타이드 조작이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 단위체들이 자연적 또는 인공적으로 들러붙은 중합체다. 아미노산 조합에 따라 그 기능이 달라지는데, 사람의 잠은 생체시계가 정한 타이밍에 수면 펩타이드가 방출되는 식으로 제어된다. 

수면의 임의 조작에 진심인 DARPA는 2024년 어웨어(AWARE, Alert WARfighter Enablement)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빛에 반응해 작용하는 약물, 즉 광약물을 이용해 필요할 때만 뇌를 각성하게 만드는 장치다. 특정 뇌 영역만 선택적으로 자극해 자연스럽게 수면 복귀를 유도하는 어웨어는 카페인 등이 포함된 기존 각성제의 중독성, 부작용을 해결했다는 게 DARPA 입장이다.

DARPA가 떠올린 NTRAIN 기술의 개요도 <사진=DARPA 공식 홈페이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수면과학 연구팀은 필요할 때만 깨어있고 불필요한 잠을 줄이는 뇌 속 수면 스위치 조작 기술을 지난 3월 말 선보였다. 이미 DARPA와 연계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노하우를 쌓은 연구팀은 생체 삽입형 수면 조절 장치 리빙 파머시(Living Pharmacy)를 고안했다.

이 기술은 몸에 삽입한 장치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고 생체시계를 재설정해 수면 회복 시간을 단축한다. 연구팀은 이 장치에 익숙해지면 시차 적응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봤다.

수면과학은 결국 체내 생체시계의 임의 조정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사진=pixabay>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안 응우옌 박사 연구팀은 2022년 국제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에 실험 보고서를 내고 수면의 질을 인위적으로 높일 가능성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뇌파를 실시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소리 자극을 제공하고, 수면 유도 시간을 24분 단축했다고 전했다. 수면시간 자체를 줄이기보다 더 빨리, 더 깊게 자게 만드는 기술인 셈이다.

이처럼 수면을 조절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한계도 분명하다. 수면시간 일부 단축이나 각성 상태의 인위적 유지, 수면의 질 개선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다만 완전한 수면 대체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고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없는 초저수면 기술도 개발 전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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