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활동이 짧은 시간 새들의 겉모습을 바꿔놓는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연구팀은 캠퍼스에 서식하는 특정 조류의 부리 모양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기로 2년 사이 극적으로 진화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지난 2020년 팬데믹 당시 UCLA 캠퍼스가 일시 폐쇄됐을 때 벌어진 검은눈방울새(Dark-eyed Junco, 학명 Junco hyemalis) 집단의 신체 변화가 놀라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새를 10년에 걸쳐 조사한 연구팀은 학생들이 사라진 캠퍼스에서 자란 새끼들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길쭉한 부리를 가진 사실에 주목했다. 새의 부리가 불과 2년 사이에 숲에 사는 야생 개체와 같이 길고 가느다란 형상으로 진화한 사례는 전례가 드물다.
UCLA 생물학자 파멜라 예 교수는 “진화란 보통 수천 년에서 수만 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인데 인간의 부재라는 급격한 환경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의 초고속 진화를 불렀다”며 “이 새들은 씨앗을 보다 잘 줍기 위해 부리가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무 위가 아닌 땅에 둥지를 짓는 검은눈방울새는 몸길이 12~16㎝, 몸무게 18~30g으로 생김새나 몸집이 참새와 비슷하다. 북미의 숲에 자생하는 초목의 종자 등을 주식으로 하는 철새인데, 최근 기후변화로 본래 서식지가 좁아지면서 로스앤젤레스 대도시에도 정착했다.
파멜라 교수는 “도시로 넘어온 그룹은 텃새로 생태를 바꾸고 본래 주식이 아닌 인간이 떨어뜨린 빵 부스러기나 음식물 쓰레기를 섭취한다”며 “캠퍼스에서 갑자기 인간이 사라지자 먹이가 없어진 새들은 덤불과 낙엽 속에 숨은 천연 초목 씨앗을 자력으로 찾아야 했고, 단기간에 부리가 길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극한 환경에서 부리가 긴 개체만이 충분한 영양분을 얻고 살아남아 많은 새끼를 기를 수 있었다”며 “짧고 강렬한 진화를 보여준 검은눈방울새의 부리는 엔데믹 후 캠퍼스가 원래대로 되자 다시 짧고 굵은 모양으로 돌아갔다”고 놀라워했다.
한번 일어난 진화가 이처럼 단기간에 원상태로 재적응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극히 드물다. 학계는 이번 검은눈방울새의 사례는 인간의 영위가 야생동물의 신체 구조를 뒤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목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